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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 주마등(走馬燈)

by 갈대의 철학

횡단보도

- 주마등(走馬燈)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와 나

횡단보도 사이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잠시 후

지나는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

그대 나 아닌

다른 곳을 의식하듯

어긋나게 바라보고 있다


버스가 앞을 지나고

그녀를 찾아보았지만

그 자리엔 그녀가

보이질 않는다


그 짧은 시간에

단 몇 초 사이 일어난 일들에

우리의 시간은 잠시 멈추고


지나간 날들이

마치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 지나갔다


드디어 신호가 바뀌고

그곳에 도착하였을 때

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냉이꽃
큰괴불주머니
능수버들
산수유
개나리
앵두꽃

2019.4.7 치악 금대리 50리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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