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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pr 23. 2019

할미꽃

- 너의 의미

할미꽃

- 너의 의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등이 굽어 할매 되었나

아리랑  

님 넘나드는 고갯길을 

허리 굽땅만 보고 걸어 할매꽃 되었나


한 평생 못난 눈물

한 평생 못다 내린 

아니 흘릴 눈물 없어 눈물의 씨앗 되었나


하늘 한 번 올려보지 못한 

사뭇 힘도 잊은 채

지 못할 들 많아서

할매 피었네


너의 기다림이

충성에 대한 배신이었네


너의  그리움이 

사랑에 대한 배려였었네


네 등 굽을 때

너는 가소롭게 마음만은 꼿꼿했지

너를 기다릴 틈새도  주지 않으면서

봄바람 살랑거릴 때 고개 들어

살짝 웃어준 게 다였듯이 말이다


함 사세요 함 사세요

나 홀로 궤짝인 듯

등짝에 함 보쌈 둘러매고


함 사세요 함 사세요

장모님 말씀에

자네 할매등허리가 질 때까지

내 딸 머리 위에

평생 족두리꽃 워주게나


함 사세요 함 사세요

넙죽 절하며

한 평생 귀댁의 따님에

눈물 흘릴 날이 오더라도

배신의 장미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맹세할게요


아~

바람아 불어라 불어다오

너는 언제나 고개 들어

날 반기는 기색이 없이


나의 반려자여

나의 이데아였었다


그 의미는 일찌감치

대문 서까래 문지방을 넘나 들어갈 때 외치던

너의 사랑에 나의 고백에 묻어난

아기의 보송보송 솜털 같은 마음을 지녔으니


간절함에 목이메어와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보기만을

바람 불어 고개 드는 절규였었다

아니 외침이었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잘 살라고 보태주신 쌈짓돈 꾸어 꾸억

미역국 넘어가듯 미안함에

얼른 어딘지 모를 곳에 집어넣으면서


눈물 흘릴 날에 

발걸음에

두 가지의 마음을 바쳤다


시집올 때 사랑했던 마음과

살아갈 때 사랑했던 마음이

죽어서도

한 마음의 영혼이 된다는 것을

내 의지는 항상

네 배려에서 시작되었다


그해 무덤가 눈이 내릴 때

이듬해 너는 하얀 털옷을 입고

다시 태어났다



할미꽃
조팝나무
판대리 삼산천
간현 암벽등반
간현 트래킹
간현봉 아래
돌단풍
200m 소금산 출렁다리
섬강
간현 레일바이크

2019.4.21  간현 유원지 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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