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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y 17. 2019

개구리 장가가던 날

- 너의 목소리

2019.5.16  만종역에서


개구리 장가가던 날

- 너의 목소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개구리가 울창하게 울 어제치던 날에

나는 너와 함께한

그날 밤 사랑의 소낙비에

버렸었


배고파 우는 아이 젖 떼며 달래고

그 틈바구니 속에

자지러지게 울어 지쳐 가던 날


그렇게 그날이 오면

밤하늘 서쪽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 중에 하나를 올려다본다


어느 날 문득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네 소리일까 하여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 

아련한 네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였어


아니 언제

네 목소리가 

이런 내 착각이었어

그렇게 변하지를 말았어야 했다


개골개골 개골개골 개골개골


개구리 장가가던

며칠 전부터

후덥지근했다


비가 오려는가 하여

그렇게 더욱

처절할 수밖에 없었던 


  여름 가오기 전에

나는 아지랑이 피어오른

 언덕 위를 걸어갈 것이다


조그마한 움막집을 짓고

여름 소낙비 피할 수 있는

볏단을 올려대고


동서남북 창을 내어

봄여름 가을 겨울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만들어 가고


그래서 그 님이 오는지를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할 테야


그리고

봄이 오는 길목에 서서

지지배배

가끔 님 소식 물어주는

제비한테 박씨를 물어달라 하여


떠나간 님 소식 전해달라

산심께 빌어

뒷 텃밭에 고이 심어 줄 테야


여름이 오면

손수 일군 논 밭에 씨앗을 거둬

밭에서 나는

수박 참외 옥수수를 따다 


 기다리다 지쳐서

오는 이에게 네주고


남는 것은 뒷간에 차곡차곡 재워 놓아

지나는 객일랑 아는 채 하여

말벗이 되면

함께 나눠먹을 테야


여름 지나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가을바람 불어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봄 햇살에 겨워 떠난 님에

여름 타남은 몰라볼 님에


지난가을 사랑에 빨갛게 익어가는

여름은 아직 여물지 못한

사랑의 노역이 되어가 할 테야


봄이 떠나가면 여름이 기다려지고

여름이 오는 날엔 어김없이

가을에 문턱에 서고 만다


가을의 마음은 짧고

겨울 맞이하는 것은

기다림이  길어지고 말 거야


그럼

추워서 멀리 가지도 않을 테니까

여름날 사랑의 홍역 앓이 된 마음은

다가오는 겨울에

사랑의 반점으로 남길 거다


아주 투명한 네 안에 마음을

다시 봄을 맞이하기까지

녹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2019.5,16 만종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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