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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l 08. 2019

치악에 바람이 불어오면

- 산등성이 재 너머에 님 소식도 불어 주오

치악에 바람이 불어오면

- 산등성이 너머에 님 소식도 불어 주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차라리

잊히지나 말 것을

그러면  후회도 없이

돌아보지도 않았을 텐데 


차라리 

기약 없 약속에 말을 

남기지나 말 것을

그러면 속 마음을

들키지도 않았을 텐데


미련하게나마

감춰둔 마음을 보상한다고

수국이 네 마음이었을 적에 피어난

떠나야만 하였던 마음들을


치악에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말 나리꽃

첩첩산중 올려다보지 못해

피어났어야 하였던 마음들에

게 건네준 순결의 사랑


이곳을 기억하게 하고

정초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게 하고

아련히 찾아오는


회상에 젖어들라치면

네 모습 닮은 나리꽃 만개하고

그날따라

서툰 발걸음도 더디 가게 만든다


무엇을 떠나오하고

무엇을  기억하게 하며

무엇을 기다리게 했었어 했는지를 

그게 그리움이면 알이다


그날이 오면

한 번에 서로 경쟁하듯 

피어났어야  이유를 되묻고 싶다


떠날 때는 말없이 떠났었지만

돌아올 때도 기약 없다던 


언제나 돌아올 것 같은

그 자리  그 벤치에는 어김없이

그대가 좋아하던 하얗고 빨갛게 영그는

반가이  나를 대신해  지켜주었었다


치악에 바람이 불어오면

고 둔산등성이 재너머에

불어오는 아무 바람이라도 좋으니

님 소식 좀 불어 주오


산수국
하늘말 나리꽃
까치수염

2019.7.7  치악산 고둔치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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