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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15. 2019

단풍 같은 사랑

- 단풍 같은 마음

단풍 같은 사랑

- 단풍 같은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당신과 함께

식사를 하지 못해 아쉽지만

예전에 익숙하게 꺼내 본 어느 책꽂이를

잠이 깨듯 말 듯 뒤척이면서

책을 들춰 읽어가다 발견한 나뭇잎 하나


그대 대신해서 책갈피에 접어 

지난날에 회상의 만회라도 하듯

한 장면이 기차 레일처럼 지나가 버리고


잊힌 듯 한 추억이 메모리 되어오

생각나게 하며

책 속꽂아둔 빨간 단풍잎 하나


그대 없는 테이블 위를

젓가락을 얹혀놓다시피 하며 

마주 보는 마음

금세 당신과

마주 보고 있는 거와 같았습니다


당신이 내 곁에 없으면

그 자리에 당신의 그리움이 묻어나고

베개를 하나 더 주려는 마음은

이미 지난날의 보상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떠난 빈자리에는

깊어가는 가을은

당신의 마음으로 붉게 핏빛으로 물들일

단풍이 그 자리를 대신하려 합니다


단풍 같은 사랑 그런 사랑

다시는 오지를 않을 거라면서

당신은 내게 이렇게 속삭여 주었지요

단풍 같은 사랑 그대 한사랑뿐이었다고


단풍 같은 마음 그러한 마음

세상이 끝이 와도 그 마음

영원히 변치 않을 그대 마음이라고


죽어도 단풍 같은 마음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속삭여주고 떠나갔습니다


단풍 같은 사랑에

단풍 같은 마음을 남겨주고 말이에요


그러한 사람

쉽게 잊히지도

쉽게 찾을 수도 찾아오지도 않을 거라면서요

2019.10.19  치악산 상원사 종주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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