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Oct 30. 2019

가을은

- 사랑하기에 아픔 마음을 달래기엔 너무 짧다

벌새

가을은

- 사랑하기에 아픈 마음을 달래기엔 너무 짧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을 사랑하기에는

이 가을의 기다림이 너무 짧다


사랑-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떠나는 마음을 염두에 두면서  사랑을 하고


이별-

슬픔을 외면하며 떠나는  

나그네 여정길이 되어

아픔을 달래 보기에는  가을이 너무 짧으며


단풍-

나이를 잊어버린 후에 찾아오는 정열에

지나왔던 나의 청춘을 다시 말하고


낙엽-

떨어지며 내리는

이 가을의 끝자락에서 내리는 하얀 겨울 눈처럼

낙엽 밟는 소리는 내 의식을 깨우는

감각의 지배자


기다림-

그리운 사랑을 나누지 못한

넘치는 잔에 눈물 한 방울을 떨구어

돌아오지 못할 회한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리움-

기약 없는 여정길 

레일 위를 끝없이 달리는 기차처럼

만날 듯이 아니 만날 듯이 하는 

무지개의 마음이 되어가


연민-

사모하는 이성을 망각하며 감성이 되어가는

잠시 다가온 사랑에

감각이 멈추는 시간이 되어주며


약속-

지키지 못할 미련에 속 타 하면서

혹시나 하는 미련의 마음을 품고 지낸

또 다른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이 앞서고


시간-

그 시간은 흘러도 멈추지 말라하여

자기만의 시간의 굴레에 갇혀버린

새장 속에 노예가 되어가고



만남-

또 다른 만남과 이별로

 가을을 기억하게 하고 추억되게 한다


가을을 사랑하기엔

이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아 보기에는

내게는 이 가을의 늪이 너무 초라하다


이 가을의 그리움들

잔뜩 묻어난 치악산 롯길에서

창밖으로 떨어지는 낙엽에 위안을 삼으며


향수에 젖어 흘러나오는 

어느  카페의 노래에 심취해 

시간의 굴레에 갇혀버린 마음이 되어갈 때


가을의 만추를 기다리는 

어느 느지막한 초저녁 가을에 홀로 걸으며

홀로서기를 하기에는


내게는  가을을 떠나보내고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하기까지

다시 사랑을 하기에는

이가을이 내겐 너무 짧으며 위태롭다


2019.10.26 시골에서 김장 담그던 날에



매거진의 이전글 단풍 같은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