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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an 16. 2020

화장실에 무슨 일이

- 소리만 들어도 안다

화장실에 무슨 일이

- 소리만 들어도 안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화장실에 가면

특별한 일이 발생한다


항시 그 시간

북적북적

줄 서서 기다리고


이윽고 사람들이

긴 행렬에 늑대 꼬리가

보이 지를 않는다


다행이다

이쯤이면

층층계단을 오르락내리락

살펴보지 않아도 될 것이라면서


아뿔싸

기차도 만석에

입석이더


1

2분

3분

4부가 시작되자

뱃고동이 요동친다


더 이상 안된다

순간의 선택의 시간이 도래했다


끝까지 버틸 것인가

또다시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가


설악산의 만불상도

설악산의 만경대도

봉래산에 만불상도

가야산에 만불상도

이런 자태의 오만가지상이 나올 수 없다


체면은 뒷전

어이 여보게 얼굴이 왜 이러는가

누구랑 시비 붙였는가

아님 어디 아픈가


동문서답할 사이도 없이

드디어 물 내려가는 소리

살았다. 휴~


그게 다가 아니다

1차 물 내리는 소리

내 귀는 드디어 환청이 들린다


두 번째 물 내려가는 소리

정말로 하늘이 도왔다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구나


그럴 사이도 없이 옆칸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

그것도 1차 파동이다


드디어 2차 물 내리는 소리

내가 좋아라 하는 칸에 문이 안 열리고

옆칸의 2차 세정 끝


이런

3차도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바로 옆 옆칸은

물 내리는 소리도 안 들렸는데

사람이 나왔다

어이 영문인지 내 속내도 몰라주고


잽싸게 들어가고

칸칸마다 이구동성

아침 기상나팔 소리가 장관이다


난 매일 고전 소리를 듣는다

아침에 들리는 소리는

북치는 소년의 소리

점심때 들려오는 소리는

꽹과리 두들기는 소리

저녁에 들려오듯 하는 소리는

대금이 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소리


모두 제각각 소리가 다르다

이 소리는 ♤♤♤님의 소리

저 소리는 ♡♡♡님의 소리

이소리도 저 소리도 아닌

삑사리 나는 소리는 ×××님 소리


도대체 소리 없이 냄새만

찰지게 풍겨오는 소리는

가야금 뜯는 소리인가


전체 동시 합창 소리에

가슴에

마음에 묻어둔 고향의 소리인가


물 믿듯이 내려오는 소리는

시골 어머니의 뒷간에 항아리에 묵혀둔

된장 풀어 구수한 청국장을 끓이는

마음의 소리라 부르리


도저히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우연이 아니고는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에

이제는 마무리할 때다

다음을 위해 정리정돈은 필수

문을 연 순간

처음의 내가 거기에 서있었다

함백산
산 벗 교화

2020.1.9  함백산에서(사진제공:  산 벗 교화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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