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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l 27. 2020

한송이 꽃이 피기까지

- 한송이 꽃이 지기까지

한송이 꽃이 피기까지
- 한송이 꽃이 기까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꽃 한 송이가 피었다고
너무 기뻐도
눈물을
흘리지 말아요 그대

꽃은 눈물 대신
향기를 전합니다

꽃 한 송이가 떨어졌다고
너무 슬퍼하지도
말아요 그대

꽃의 낙화는
다음 생을 위한
단지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 뿐이랍니다.

꽃이 필 때는
그 숭고한 마음도
안타까워하지 말아요 그대

꽃이 질 때는
우리는 서로가 연의 마음이
되어가니까요

꽃이
한송이 꽃이 피기까지
그 모질었던 세월은
지나온 고행이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듯이

우리들 마음을
보듬듯이 피어나기도 합니다

한송이 꽃이 피기까지
한송이 꽃이 지기까지

어쩌면
우리들 만남과 인연에
기나긴 여정길 일지도 몰라요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에
나뭇가지 끝에 붙어있는 잎새에
당신의 온 정으로
물을 끌어올릴 수는 없어도


그때에도 그대
너무 조바심을 가지지 말아요

나무와 꽃은
저마다 살아가고 함께 지내는 법을
자연스레 알기까지


그 시간과 인내는
그리 험난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마치 비바람에 의존도 하지 못한 채
꽃잎 떨구듯
바람에 저 멀리 날아가는


꽃들을
꽃잎들이
왜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기억해야 해요 그대

그렇면 우리
뿌리 깊은  나무가
나무 전체에
나뭇잎을 받쳐주는 것이 아닌

마치
그 얇은 슬라이스 된 얼음 조각들에
물방울이 맺혀 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음은
자연스레 녹아 물이 되어 흐르듯
그대 마음에도 녹아 스며들듯
또 다른 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어가니 까요


2020.7.23  비내리는 덕수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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