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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Oct 13. 2020

예쁜 꽃만 찍었어라

- 예쁜 마음만 바라보았어라

예쁜 꽃만 찍었어라

- 예쁜 마음만 바라보았어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내게는 그동안

그대의 모든 것들이

예쁘고 아름답고

큰 것이 아름다운 줄 알았습니다


사랑도 많이 주면

그만큼

행복도 큰 줄 알았답니다


크다는 것은

마음도 당연히 클 거라며

많다는 것은

그대의 배려가 오히려

낭만이 되지 못한 까닭이 될 줄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한쪽만 바라보게 하고

한 곳만 머물게 하고

다른 것은 모두

그댈 위해 노래를 부르기에


그대 사랑이 한없이 끝없이 펼쳐진

노스탤지어의 향수가

되어갔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와서

사랑의 풍미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내 자유가 얼마나 하는 것 보다도

드넓은 창공이 있음에도

하늘 저 높이 날지 못하였다는 것을


그대를 떠나보내고

그대를 잊어버린 후에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작은 꽃의 마음들


사랑은 그저 한낱

가을날

저 떨어지는 낙엽이 가져다주는

부산물의 존재들


그리고 산화된

그대와 나와의

그동안 퇴적된 마음들


세월에 깎이다 보면

아픔도

상처도

미움도

사랑도

세월에 조각이 되어갑니다


어느 한 조각은

마음도 함께 조각되어

모난  돌이 둥근돌이 되기도 하며


세월에 사랑도 조각되다 보니

사랑했던 마음도

미워했던 마음도 조각되어

그러려니 하는 사랑이 되어가더랍니다


세월에

나의 삶과

그댈 위한 인생도 조각되어


기다렸던 마음도

떠나왔던 마음도

모두 송두리째 조각되어

추억의 기차를 타고 떠나갈 때


그대는 맨 앞 좌석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그리워하고

나는 맨 뒷 좌석에서

끝없이 펼쳐진 광야를 꿈꿉니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하늘 높이 날아가는  

먼지와 같은 존재들이었기에


지금 이 순간에

머물던 한 마음을

대신 사랑하려 합니다


작은 것이 눈에 띄지 않아서  

찍지 못하고

예쁘지가 않아서 찍지 않아서

그대 이름을 몰라도

그대 명성을 알지 못해도

그래도 그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아서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서

나만 그대를 바라보아서 좋고

다행히 더랍니다


그러니 너무

알아주지 않는다 하여

슬퍼하지 말아 주세요


언제든지

그대가 거기에 있으면

나는 그대를

지켜보며 이뻐할 것이랍니다


사랑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대 곁을 지켜주는 것이기에

이 순간이 더욱 행복해져 갑니다


이 순간이 더욱 행복해져 갑니다


2020.10.12  청계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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