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와 소나무

- 공생과 기생

by 갈대의 철학

이끼와 소나무

- 공생과 기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뿌리가 맨발인

소나무는

이끼가 신발이라네


봄바람 살랑살랑 일며

돋아난 잎새에


하늘 닿아 누운 마음

바다 같은 파란 마음


장화 신은 소나무야

봄 가뭄에 단비를 내려주어

이끼가 목마르지 않게

촉촉이 적셔다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려 와도

모진 비바람이

네 마음이 아니란 걸


폭풍이 몰아치는 것이

내 마음도 아니란 것을


단단히 흔들리지 않는

초연한 마음을

지닐 수 있게 해 다오


소나무는 울타리가 되어주고

이끼는


추운 겨울날 따뜻한

그리운 어머니 품속이 되어주는


늘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게 해 다오



그리고 한 가지


이끼가 살아갈 수 있게

그 나무 아래에서만이



서로가 만족하는

최적의 조건인양

원한다고도 말하지 말아 다오


언제나 너와 나는

서로 공생과 기생을 하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삶을

살아갈지 몰라도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충분한

이유가 바로 이곳에 있다는 것을


흰 겨울 하얀 눈이 내리던 날

어느 무덤가에 피어나는

새 하얀 꽃이



그대의 마음을 위로하고

덮여주는 마음이기를


저 하얀 하늘에 떠도는 구름에

덧없는 마음이 아니기를

꼭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2020.12.7 배부른 산 일몰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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