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地下鐵)

- 처녀작(處女作)

지하철(地下鐵)

- 처녀작(處女作)

                                                 시. 갈대의 철학[蒹葭]

째깍째깍 
시계 돌아가는 소리

덜컹덜컹

기차 들어오는 소리

딴딴 딴

사람들 대기하는 소리

빨리 달려왔다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어
그 정각에

그 시각에
그 기차를 놓치고 싶지 않아
마구 달려왔어

이변이 없는 한
기차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 시간 제자리에
내가 서있으면 네가 있을 거라고

제자리에 없는 것은 그대이었어
그곳에 도착하며 머무는 것은

언제나 그 시간이었지만

결국에 뛰는 것은 네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나와의 싸움이 치열할수록
너와 가까이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시작될 거라고

기차 떠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떠날 거라 떠나지 않을 거라

거기에 항상 네가 있을 거라

그렇게 매일 그 자리에 네가 없어도

외롭고 슬프지가 않았어

앞으로 가는 것이
네 기다림이면 현실이 될 거고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네 그리움이면 미래가 될 거야

2018.11.1  청량리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