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2

- 겨울나기

by 갈대의 철학

겨울 2

- 겨울나기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메마른 나락의 볍씨에서

겨울이 떨어진다


나는 아무 말없이

지나온 겨울의 흔적이 묻어난

그곳에 떨어진 가던 발길에

마음을 돌리고


이듬해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작은 논 밭에 흐드러진

볏짚을 둘러 모아 덮어주었다


긴 겨울나기 연습을 위한

부단함의 마음은


비단,

겨울잠 자는

동물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윽고 들이닥칠

모진 비바람을 등에 업고

배고픈 승냥이, 늑대, 고라니, 멧돼지들이

마을 어귀로 내려와


눈 덮인 하얀 설원이 배경이 된

전쟁의 폐허는 아무 일 없듯이

예전의 평화로운 모습인 채로

또다시 곧 기습할 태세다


메마른 가지 위에

아직도 떨어지지 않는

낙엽의 잎새에

희망의 텃세를 부리지 않기로 한다


지금껏 버티어온

나의 지나온 역사의 뒤안길에서

흔들려버릴 것 같은 존재가


삶의 위태로움에

그마저 떨어지면

한가닥 기대어왔던 나의 유년의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떨어져

바람에 잊혀가기로 했다


예전은 그대로인데

오랜 세월 나의 몸속에 깊숙이

텃새가 되어 함께 자라온 기생충은


세월을 갉아먹는 좀비처럼

시간을 깎아먹는

물 먹는 하마와 같은 인생이 되어

나의 이성과 감성을 통제해 온지가 오래다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러가고

변하는 것은 사람이요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요

변하지 않을 것 같이 변해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 여기던 인지상정이라


모든 게 인연의 끝자락에서

변함이 시작되려니


나의 마음은 어디에 두고

이 기나긴 겨울나기 연습에

엄동설한의 겨울잠을 청하랴


2021.12.5 시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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