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나요. 우리의 사랑을

- 흔적

by 갈대의 철학

기억하나요. 우리의 사랑을

- 흔적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기억해봐요

우리의 지난

눈 내리던 하얀 겨울을


그토록 눈에 넣어도

아파하지 않아도 되던 그날에

하얗게 눈 덮인 온 세상을 포옹하던

그때를 그대는 기억하나요


흰 눈 내리던

눈 덮인 하얀 설산의 위용 앞에

스스로 작아지는 마음이 되어갔던


늘 그대를 바라만 보아도

좋았던 시절에

한없이 내려도 아파하지 않던

하얀 설산과 함께하였던

그 마음을 요


우리들 사랑 앞에는

그저 작은 이별이라는

늘 익숙한 단어 앞에 머뭇거리던 날도

많았었지만,


치악산 향로봉에 올라

미리 예견된 사랑과 이별의 구분은

정상에서 눈 내리던

하얀 장막의 기로에선

우리를 숙명적으로 갈라놓지도 못했어요


단지,

그대의 미소 지은 눈망울에 피어난

눈꽃 어린 상고대가 피어났을 적에

그 긴 겨울을 떠나보내야 하는

이른 봄에 피어난 복수초의 마음이

우리들 지난 겨울꽃 이야기가 되어갑니다


그날에 한없이

다시 눈이 내리기를 기다리던 날에

눈사람이 되어가도 아프지 않았던

쌓여갈 듯 말듯이 뒹굴던

그때의 마음을 그대는 기억하시나요


어느새 진눈깨비 되어

떠나온 겨울비에

그날에 우리들 첫사랑의 흔적들


다시 맞이할 하얀 설원을

한없이 내달리던 꿈 꾸던 목마처럼

그 마음이 아름다웠던 날들


왠지 지난 기억의 흔적들은

떠나온 그림자 하나에

문득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아주 가끔은

눈앞이 아른거릴 때가 생각납니다


지금에 와서 올려다본 파란 하늘이

금세 하늘에 드리워진 먹구름에

한가닥 그날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우리들의 마음도 구름따라 흘러갑니다


그날에 하얗게 눈 내리던 하얀 밤을

까맣게 잊은 듯이 수놓은

별빛이 나리던 그 언덕 위 동산에선


아직도 나는 그때

그대의 발자국 따라 떠나온 지남철이

흔적이 되어 가는

그 갈림길에서 서성이게 하고


오늘도 나는 예전의 가야만 하던

그 길을 가지 않기로 하고

다른 길을 선택해서 올라가는 그 길이

우연의 만남이 인연의 길잡이가 되어가는

길이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202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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