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던 날
- 그리움은 봄비에 젖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비가 내리네
봄비를 맞으며 떠나온 오늘
지난날
너와 함께 나눈 사랑이
잊힌 그리움 되어
새록새록 돋아나는 것 같아
그날에 아파했던 마음도
아기 보송보송 새살 돋우듯
내리는 봄비에
아픈 상처도 쉽게 씻기어가고
봄비를 맞으면 아플까
봄비를 맞으면 간지럼일까
봄비에 내 마음을 적셔본다
그대 알아
봄비는 생명수 같아
늘 너와 함께 떠나간 봄비가
다시 돌아올 때
사랑했었던 순간의 마음들이
하나둘씩 떠나야만 했었던 마음들도
때마다 살아 돌아올 것 만 같은
그래서
일 년에 이날을 위해서
난 그토록 널 위해
기다림을 준비해 왔었는지도 몰라
메마른 대지에
갈증을 호소하는
길 잃은 사슴 한 마리가 떠나왔다
저 멀리 인적 드문
갈대숲을 지나
내리는 비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가엔 어느새
봄비에 두 눈 촉촉이 적셔져
홀연히 떠나가는
네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
봄비는 이렇게 아련한
내 잃어버린 동심에
다가올 여름 장대비 되어
다시 돌아올 그리움일 거야
그리 네 생각에 사무칠 때면
내 곁에 잠시 머물다간 사랑도
어느새 안개와 함께 떠나는 마음도
덧없는 구름 되어
저 하늘에
다시 봄비 되어
더욱 세차게 내 마음 적셔주며
떠나가라 하네
2022.3.13 치악산 금대 트래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