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비가 내린다

- 성난 파도가 밀려온다

by 갈대의 철학

바다에 비가 내린다

- 성난 파도가 밀려온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너를 향한 사랑의 외침은

거대한 바다가 삼켜버렸다


잔다르크 용맹의 부르짖음도

유관순 열사의 울부짖는 외침도

너에게 있어 파도의 외침은

한낱 바람과 같은 존재로 남는다






바다를 보려 떠났다

그곳에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이

나의 자각을 일깨운 파도가 쳤다


그곳은 너와 나의

지난날에 사랑의 행복이

넘실 넘실 방파제 넘나들듯

파도 되어 떠나온 곳


둘이 하나가 되어

바다에 표류된

부표 없는 몸짓은


파도가 잠시 밀쳐올 때 떠났던

그날에 잠재의식에 매몰된 채

가두리 된 사랑의 성채는

파도에 맞서지도 못한 채


이제껏 떠나지 못한

아쉬움의 뒷걸음질은

저 밀려오는 파도가 송두리째

나의 마음도 앗아갔다


그동안 감추지 못해

떠나보내지 못했던

이제는 너로 인한 나의 마음은

저 창공 위 갈매기들의

작은 깃털이 된다


바다로 떠나는 것은 모두

그립던 사랑의 추억을

밀려왔다 밀려가는 바다의

깊은 내면에서

너에게서

사랑의 의미를 되찾았음이다


사랑은 떠나도

남아서 건지는 것은

추억이라는 미끼에 건져 올려진

미움 하나에서 우리는 다시

저 푸른 바다에 놓아주려 한다


잘 가거라 사랑아

그동안 고맙고

잠시나마 너로 인해 행복했었다


바다에 비가 내린다

하늘에서 떨어진 너의 마음은

바다가 포용하고 포옹하며

뭐든지 집어삼킬 듯이 포효하듯

받아들인다


그러나 나의 사랑은

너의 사랑에 그 넓디넓은 바다에

떨어진 빗방울 하나조차

감당하기에 버거웠으니


떠나거라 사랑아

나를 찾지 말고 외면해주어라

무엇을 망설이려 하려나


너 떠나고 난 후에 나는 아직도

어설픈 그림자 사랑 지우려

이곳 은빛 백사장 길을

너와 함께 거닐던


갈매기가 물어다 떨구어진

그 하얀 백사장에

나는 아직도

그곳에서 사랑의 마음을 그렸다


잠시 후 일곱 번째 파도가 치던 날

우리들 사랑은 성난 파도에 휩쓸러

사라져 버렸다

모든 게 변했다

사라지고 원래의 마음이 돼버렸다


한 곳을 바라보다

나는 어느새

너와 나의 신기루를 보았다


이곳은

잊힌 지난날의 추억의 저장소

우리는 언제나 그곳에서 만난다

하얀 은빛 위의 쟁반에 놓인

소박한 소반을 꿈꾼다


마도로스가 불러주는 노래에

불어오는 해풍에 잠이 들면

갈매기의 나래짓에 들려오는

저 멀리 파도에 떠내려온

노스탤지어의 향수는


언제나 깃발에

나부끼며 춤을 추게 한

네 안에 항상 내가 서있게 한다


2022.6.27 비 내리는 부산 해운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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