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에게로 쓰다만 편지

- 단풍과 새털구름

by 갈대의 철학

너에게로 쓰다만 편지

- 단풍과 새털구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새벽길 떠나온 밤하늘

서산에 걸친 달이

여명에 취한 채 넘지 못한다


못내 아쉬움은

일그러진 우리들의 자화상이 되어

지지 못한 채


떠오르는 햇살을 등에 지고

떠나는 배고픔에 절어버린

한 마리 늑대의 설움을 기억해야 한다


가을이 떠나지를 못한

떡잎 진 낙엽송 치악산에 갇혀버린

단풍의 위태로운 마음이

나의 떠나온 마음과 같아


이 가을 에게로

마지막 가을편지를 쓴다


저 구름 흘러 흘러 바다로 떠나가면

나는 너를 떠나지 못하게 넘지 못하는

곰과 같은 집채만 한 산세가 될 터이고


어느새 잠시 떠오른 햇살에

하늘에 떠가는 새털구름을 바라보면

다가올 네 마음을 위로해주는

바람이 되어 떨어지는 마음은

비가 되어 다시 바다로 태어날 터이다


2022.11.12 치악산 금대트래킹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