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첫눈

by 갈대의 철학

첫사랑

- 첫눈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첫눈 내리는 날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차갑게 적셔주는 첫눈의 살가움을

당신을 만나 첫 마음의 설렘에

지금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오


이별 따라 떠나온

눈들이 눈물 하나 가득 넘칠 때

하늘에서 눈이 솜털처럼 새하얗게

잠자는 우리에게 하얀 이불로 덮여준

하얀 천사가 내려와 주었던 사실을

나는 그때를 지금도 기억하오


그대를 힘들게 한 마음이

슬픔이 되어가지 않기를

오래전 마음은

지금도 유효해 주길 바랄 뿐이라오


그대가 못다 흘린 눈물방울에 얼룩진

눈 속에 파묻혀 이른 봄 햇살에 피어난

어느 백합의 마음은

당신의 사랑의 향기로 남아있다는 것을


겨울 다가오고

찬바람 불어온 뒤에야

꿈에서 깨어나

한 발짝을 내딛는 마음이라는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오


내리는 눈 길을 걷는다는 것이

이토록 가슴 아프도록 푹신 거리는

느낌이라는 것을


내리는 눈을 안 기우듯

그대를 안으면

내 품에서 눈처럼 사르륵 녹아서

한 몸이 되어갈 때가 언제였었는지

저 하늘만 바라보면

여린 한 숨만이 새어 나와

눈꽃이 되어

다시 그대 마음 보듬어 내려주고 싶은

바람이라오


111번째 헌혈

2022.12.6 첫눈 내리는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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