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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r 02. 2023

버들강아지 피어날 무렵쯤이면

-  하얀 꽃눈송이 되어 떠난 날

버들강아지  피어날 무렵쯤이면

-  하얀 꽃눈송이 되어 떠난 날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졸졸졸 시냇가에 피어난

버들강아지


보들보들 닭 볏처럼

만지면 금세 도드라져


보슬보슬 살가운 촉감은

우리 엄니 비비대던 젖가슴에

파묻혀 눈물짓던

내 존재에 그리움의 씨앗


이듬해 생강나무 꽃 피어나면

시냇가에 버들강아지

살랑이는 봄바람을 이기지도 못해


어느새

하얀 털가루 눈꽃송이 되어

아득히 저 멀리 떠나보내면


꽃바람 불어오던 날

꽃눈이 하염없이 내리던 날은


자귀나무 꽃 피어난

그해 뜨겁던

여름날이 기다려지고


마지막 여름바람일랑 벗하며

실려 떠나온

봄바람이 불어준 날은


그리움을 낳은 마음을 안고

시집올 때 신고 떠나온

마음 하나를 잊히게 하네


온 동네방네 떠나갈 듯 포효 소리에 

소식 하나 전하기도 바쁠 찰나

꽃 향기에 실려와

시집 떠나온 날이

내가 꿈꾸어 왔던 아득한  옛 마음이

되어 떠나가 버렸네


알록달록 연지곤지 청사초롱에

붉게 물들어 가는


수줍디 수줍 

그대 얼굴에 홍조 띤 마음은

호롱불 아래 빛바래어 사라져 가는

동심을 그리던 내 어릴 적

그리운 얼굴의 초상화가

나를 반길 때


세월의 무상함을

잊을 사이도 없이

꽃비가 되어 내리던 날은


어느새

그대 무덤가에 꽃눈이 내리고

생애 처음 신던

가지런히 놓인 꽃신 위에는


어느새

하나 가득 꽃눈 싣고 떠나온

꽃배 타고 떠나간 당신은

아득히 저 멀리  꽃 새되어 

봄바람에 실려 떠나가 버렸네


2023.3.1 강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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