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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09. 2023

순천만 배물등

-  순천만 뱃길

순천만 배물등

-  순천만 뱃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배물등 나루터에 가보았네

휘어 감아 굽이쳐 돌아가다

쉼 없이 바닥이 내놓을 때까지

배물등의 마음은 떠나지 못한다


굽이굽이 삼천애환 싣고

떠오르는 태양과 바다가 만나

태극선 물줄기 따라나서는

배물등 나루터에 뱃사공아


아리랑길 사연도 좋다마는

마음 싣고 떠날 때마다

배물등의 짱둥어가 튀어 오르면

떠나가는 님의 마음도 떠나가질 못하네


순천만 갈대숲을 지나

망망대해에 닻을 올라선

저 멀리 님 부르는 소리가 아늑한데

갈대숲에 노 저어 따라 떠나간

배물등 뱃머리는 돌아올 줄을 모르고


사랑 하나 가득 싣고  나가는

순풍에 닻을 올리어라

우리 어머니 아버지

손수 농사지으신  곡식은 어딜 가고

사람만이 가득 싣고 떠나가는구나


아~  

그립도다 애닮 도다


이곳이

그 옛날 논밭에 꼴을 베으시고

비가 내리는 날 짱둥어도

눈물겨워하노라

빗물에 씻기어가는 너에게서

갯내음이 나지를 않는다


배물등 나루터에 님이 오지를 않네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함께 떠난 님은 돌아오지를 않고

저 멀리 등대 없는 칠흑 같은 밤을

어찌 지새울꼬


기다리다 지쳐 떠나가는 물살에

내 마음도 함께 실어 보내어도

나루터에 배 정박하기도 어려워라


이것이

우리의 숙명인가?


이것이

우리의 운명인가?


너와 나의 짧은 만남이

배물등에 긴 여운을 드리우듯

배물등 나루터에 안개가 드리운다


떠나보내는 마음이야

오직이야 할까마는

개에 휩싸인 채

한없이 구슬퍼 노 젓는  

뱃사공의 사랑가 타령만도 못하니


이곳이

바람 따흘러 떠나가는

순천만 배물등 갈대숲에 노니는

한쌍의 두루미의 마음만도

갈대의 순정을 꺾지를 못한다네


 없는 길은

님이 앞서 가는 길이

개척의 길이요


  있는 길은

님 발자취 따라 떠나온 길이

길 없는 길 위에 놓인 길이요


배물등 갈대숲 속 길을 지나

순천만에 다다를 때


어느새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에

갈대숲에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부르며 마중 나서는 길일테요


직도 나의 청춘에 쓰다만

어느 일기장에 얼룩진 채

말라비틀어진 동정 어린 마음 하나

그리워 할때 쯤이면


시나브로 안개 걷히고

순천만에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



2023.8.4 순천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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