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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22. 2024

겨울을 기다리는 나무

-  또 다른 청춘

겨울을 기다리는 나무

-  또 다른 청춘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바람이 뜨거울수록
나무는 잎을 무성하게 해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대지의 그늘이 되어
제 몸을 감싸주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나무는 더 깊이 뿌리를 내려

대지의 따뜻함으로
떨어지는 낙엽이 이불 되어
제 몸을 덮여준다

너와 내가 살아가는 방법은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네가 가진 모든 것을 떨구고
잃어버렸을 때

광야에 외로이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어느 눈 내린 설야에

늑대를 마주하더라도
흰 겨울을  참고 이겨낸 나무처럼

는 고독하지 않다

나무는

추운 엄동설한이 오기 전에
그 해 그동안 입고 지내던
청춘의 옷을 벗어 버리고

눈이 내리면
하늘나라 천사 되어
하얀 소복을 입고 털어 내신


옛날에 

어머니의 하얀 잔정들이

나풀거리며 떨어질 때면


나무는

하얀 솜이불을 두른 채
기나긴 동지섣달 밤을

지새우며 이겨낸다

하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새로운 봄을 기다리는
아지랑이 꿈틀대며 움직일

또 다른 태동이 숨 쉬고


온 대지와 하나 되어 숨 쉬고 있는

수맥의 영혼의 나무들과

밤하늘 떨어진 이슬에

끝에 올라온 가지에 목을 이며

서로 하늘과 대지의

기운을 만나 하나가 된다

봄은 여름의 교향서
여름은 가을의 고백서
가을겨울미완성
겨울은 봄의 입문서


겨울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잠시 휴식의 공간 일뿐이라며


나무는 알고 있다
겨울 뒤에 따뜻한 대지의 기운에

봄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은


겨울은 나에게

너에게로 다가가는

또 다른 청춘이다


2024.11.21  청계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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