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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03. 2018

나무도 생각한다

- 나무도 죽음을 안다

2018.9.2  둔치에서

나무도 생각한다

- 나무도 죽음을 안


                                                시. 갈대의 철학[蒹葭]




나무가 계절을 탄단 말인가

그래서 돌아옴이

고개를 떨구고

무엇을 죄지은 사람처럼

부끄러워 지 몸뚱이 달랑

바람에 여매고


추풍낙엽 떨어지듯

홍엽(紅葉)을  울긋불긋 단장하여  

내 몸을 마지막으로 불살라야만 하였는가


그것이 네가 살고 내가 죽는다는 말인가

아니면 내가 살고
네가 죽어가야만 가능한 삶이던가

단풍을 아름답다고 하지를 말아다오

그들의 삶은 그저
거기서 머물지를 않으니 말이다


네가 있어 내 삶이 부여한 것도 아니오

봄에 다시 새싹 돋아날때

부스스 죽어가던 내 몸도

너의 기운에
다시 살아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나무는 말을 한다

오랜 인내로

한동안의 삶이 모두 소진하였다고

그래서 돌아올 때는

모든 것을 저버리고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이 가을바람에 불어오는

너의 입김에 김이 서릴 때

나는 너에게 마지막  입김을 불어주어

다시 태어날 때는

너와 나는 한 몸이 되리라는 것을


나무는 생각한다

겨울 찬바람 불어오면

저 하늘 꼭대기에 걸쳐있는

마지막 낙엽이
바람과 함께 처절히 몸부림칠 때

그때가 나의 마지막 생이 다한 삶이라고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를 탈회하며 해탈하여

스스로 죽어간다는 현실을 
아는자는 너와 나 뿐이다


너의 갈잎 하나 떨어진 것을

가을이 왔다고 부르지 마라


나의 가을은

온몸을 여름 한낮의  태양볕에 거닐고

온 대지에 내리는 소낙비에

열정에 정열의 애정이
식지 않고 남아있는 것은

나의 가을이 아직 멀었다 할 것이며


청춘의 꽃이
아직도 시듬 하지 않은 것은
기다림이라는 세글자에

각인된 미련을 두어서다


그리고 이 가을은
다가올 가을이 아닌

진정 네 곁에서 오래된

퇴색된 지난 바람의 가을이다


가을이 이처럼

내 몸에 모든 기운을 쏟아부었을 때

비로소 너의 진정한 가을을 맞이하고

가을바람 지나 겨울바람 찾아 왔을 때

찾아오는 고요함의 인색함은
언제나 네 차지가 되어간다


마치 죽은 자는 말이 없듯이

나무도 죽어서 말을 하지 않는다


다가올 가을에 예정된 겨울은

우리 사이에
항상 나무가 존재한다


2018.9.2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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