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필때
- 꽃이 질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꽃이 지기 전에 떠나요. 그대
그럼 나는
그대를 말없이 조용히 뒷걸음치게 하여
떠날 때를 기다리게 하는 것이
곧 아는 미덕이라 여겨
이곳에 오래 머물지 않음을 말해주렵니다
꽃이 피기 전에 머물러 주어요. 그대
그렇지 아니한 나는
그대에게 못다 한 빈말이라도
기다림이 무엇인지 나의 변론으로 그대를
뻣속까지 사뭇히게 하여
그리워 했던 추억들
헤매였던 순간들
잊히며 가슴 아파했던 마음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아
그대의 눈물로써 기다려왔던 시간보다
머물려서 기다려야 하였던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하게 할 거예요
시간이 아직도 우리를 허락할지라도
여유치 못함을
피력으로 나마 설득하는 것이
그대를 더 이상
항거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될거예요
그리고 그대가 거기에
머물렀어야 하는 이유를
겨울 찬바람 불어와
그대 마음 꽁꽁얼어 가더라도
떠나가는 그대 마음보다
앞서가는 제 마음이
그대 앞에 서면
더욱 더 항거불능 상태가 될지도
모른답니다
어쩌면 그러한 것이
우리의 만남을 기다리는 게 하는
신호탄이자 곧 지름길이라 일컫고
그대의 마음을
하늘거리는 가을 태양 빛에 타들어가는
갈대가 아닌
겨울 찬바람 불어와
더 이상 네게서
흔들리지 못할 거라 여기면서도
그대 내 마음을 위하여 갈대 잎으로
꼭꼭 동여매어
이곳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갈대의 마음을 옆에 두려 함입니다
달이 뜰 때는
네 마음이었다가
달이 질 때에는
내 마음을 탓하는 것처럼
햇살이 떠오르기 전에
꽃은 고개를 숙이며
떠오를 태양을 기다리지만
햇살이 떠오르고 나면
꽃은 금세 앓던 시름이 없어지듯이
우리의 만남 된 사랑도
이렇듯 슬퍼할 겨를이 없기를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봅니다
2018.12.16 금대리 트래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