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역지우(莫逆之友)-마지막 산행
흔적(痕迹)
- 막역지우(莫逆之友) -마지막 산행
시. 갈대의 철학[蒹葭]
동산에 해 뜰 때 만나는 벗은 산벗이요
서산에 해질 때 만나는 벗은 길벗이라
그래도 나는 잠시라도 서산에 우쭐되어
해지기 전에 머무르기를 바라는 길벗을
막역지우(莫逆之友)라 부르리
친구야
동산에 해가 중천에 걸쳐 있거든
바리바리 배낭 싸매이지 말고 길을 나서게나
그리하면 나는
그대를 아무 걱정 없이 발품을 팔고
준비 안된 마음을 가지고 그대를 마중 나가
두 팔을 활짝 펴고
정신없이 함께 떠날 걸세
내일이 있다고도 기약하지 말며
그렇다고 오늘이 있었다고 미련도 두지는 마세
소쩍새가 두견새의 마음을 헤아릴 즈음에
우리의 마음은
하나와 같음이 틀림이 없을 거라 보네
그대를 마중하며 덕담 한마디에 고개를 떨구며
심연해 지지도 않으리
친구여
떠나가는 마당에 바라는 것을 버려두세나
그러면 나는
자네를 진정 내 벗으로 동우(同友)라 부르리
어제의 태양이 저무니
어제의 달이 기울었구나
내 벗이여
변함없는 실체의 존재로 남아있기를
늘 상 곁에 남아있는 너를 사랑하니
오늘의 태양이 다시 떠올라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그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늘 그들을 배고파하지 않을 것이라네
다음 해 넘기는 해여 어여가라
나는 너를
타다 남은 노을만으로의 존재로
진정 남기를 원했었는지도 모른다
2018.12.31 마지막 산행을 마치며(봉화산~배부른산 종주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