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보나무는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습관적으로 주식 앱을 켠다.
'삐용삐용, 경고!'
카페인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던 뇌가 갑자기 움직이며 사이렌을 울린다.
“어라... 어제까지 멀쩡하던 종목이 왜 파랗지…?”
조금 더 수익이 쌓이면 팔아야지 하며 어제 분명히 빨간색을 확인한 종목이 파랗게 얼어있다.
이유는 생각보다 멀리 있었다. 그것도 아주 멀리.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사했습니다.”
“중동 긴장 고조, 원유 공급 불안…”
“중국 성장률 둔화 우려로 아시아 증시 동반 하락”
굳이 경제면을 열지 않아도 이유를 짐작할법한 소식들이 1면을 장식해 있다.
“아니… 나 그냥 국내 중소형주 하나 사놓은 건데 왜 내 주식까지 흔들리는 거지?”
"회사 실적 올랐단 뉴스에는 주가가 안 오르더니 얘가 선택적으로 영향을 받네?"
세상은 점점 더 촘촘한 거미줄을 만들며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뉴스는 쉴 새 없이 날아들고, 이에 따라 파도는 빨라지고, 파급력은 거세졌다.
어제는 지정학적 리스크였고,
오늘은 글로벌 공급망 이슈,
내일은 미국의 반도체 규제 소식이 대기 중이다.
정말이지, 나무늘보의 잔고는 이제 환율, 금리, 유가, 무역전쟁, 전쟁 같은 단어들에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주식 투자를 하고 나서야 그는 거미가 움직이면 모든 줄이 미세하게 떨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가 아무리 열심히 분석하고 계획해도, 결국 이 게임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래서 늘보나무는 요즘 잔고를 들여다볼 때 이렇게 중얼거린다.
“무사하기만 하면 다행이지.”
“이건 전지구적 문제라서 어쩔 수 없어.”
“세상이 이 난리통인데, 수익이 나면 그게 이상한 거지.”
이런 날엔 구태여 종목을 찾거나 억지로 매매하지 않는다. 앱을 끄고, 귀를 닫고 미뤄둔 일을 찾아 시작하거나 주변을 청소한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괜히 욕심을 부리다가는 자칫 나까지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갈 테니까. 그럼 수익이 아닌 후회만 남게 될 테니까.
“세상이 요란할수록, 나는 평정심을 갖자.
오늘은 내 마음을 지키는 게 수익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