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서울로 가겠다고 하면서 졸업후 가방하나만 달랑 울러매고 서울로 떠날때 한 말씀은 "인간 공부 하고 오라"였다.
인간 공부를 하고 오라는 말은 20대의 나에게는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었다.
가끔씩 엄마는 세상을 통달한 사람처럼 말을 하고는 하셨는데 그게 그때마다 도대체 왜 저런 알지도 못하는 소리를 하시는지 진짜 솔직히 이해가 안되었다.
근데 그게 지금 무슨 말인지 알것 같다.
요즘 주변에서 너무 온실속에 화초처럼 자란 사람들의 멘탈 관리가 안되는 일에 대해 종종 듣고 고민 상담도 해주고 있는데 내가 할수 있는 말은 엄마가 나에게 해주는 말들이였다.
내가 현자도 아닌데 이상하게 어느 순간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으면 나또한 같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될수 있다.
근데 난 F가 아니라 T여서 그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적으로 어떻게해 안됐다 하면서 같이 울어주지는 못한다.
난 고민거리가 있을때 정말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를때가 많을때는 상대방이 어설픈 공감과 내가 원하지 않은 충고를 해주면 괜시리 열이 더 받는게 나만의 나쁜 심보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면서 나도 충고를 하고 있겠지...
20대와 30대는 치열하게 인간공부를 했었다. 물론 지금도 현재 하고 있지만 그래도 옛날보다는 조금 덜 사람에게 상처받고 고민하는 날이 조금은 줄어든것 같다.
내가 생각해본 결론은 사람들은 각자의 고집과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걸 쉽게 바꿀수 없고, 내가 아무리 그 사람들을 이해해주면서 다가가더라도 그 사람은 나를 그냥 만만한 존재로 본다는 것이다.
잘해주는 사람을 더 만만하게 보고 편하게 대하는 것과 좀 어렵고 어느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것이 어느 게 옳다고는 할수 없는게 그건 상대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온실속의 화초처럼 별다른 어려움없이 살아온 사람은 상대방의 힘든 상황을 이해를 못하는 것이겠지.
나는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나서 혹시 엄마가 혼자 살아갈때 아무것도 모르고 공주처럼 굴까봐 저렇게 강호무림에 나를 보낸것 같다.
처절히 칼에 베이고 나도 베고 하면서 터득한 결론은 인간에게는 너무 기대를 하거나 편견을 가지지 말자였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빌런이 될수 있고 다른 누군가도 나에게 악당이 될수 있다. 그것은 상대적인 것이니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해서 뭐하겠나?
그저 요즘은 인간사에 얽혀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오로시 나로써의 삶을 살아가는 게 나는 행복하다.
누군가에 의해 내 인생이 좌지우지 되지 않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인간관계에 휘둘리고 힘들어할수 있는 일이 어쩌면 또 나에게 생길지 언정 지금은 좀더 마음을 내려놓고 바라보는 눈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너무 인간관계에 집착하거나 섭섭하게 생각할 시간에 더 재미난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화방에 가서 그림그릴때 필요한 도구를 사고, 서점에 들러서 신간 그림책을 사고,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을 읽을 예정이다.
그럼 집에 와서 유튜브에 올릴 그림 한 꼭지 그리고 새로산 커피머신에 맛있는 커피를 한잔 내려서 소파에서 아까 산 그림책을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