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 강서구에 산다

by 피츠로이 Fitzroy

나는 강서구에 산다. (한참 선거철이라 강서구에 어떤 국회위원이 출마하는지도 모르면서 강서구에 대해 평가한다는 게 좀 찔리지만) 내가 사는 강서구, 그중 곰달래로에 대해서는 어지간이 불만이 많다. 급히 이사하면서 동네를 볼 여유가 없었다는 변명을 대고 싶다.


택시 아저씨들에게 모텔 많은 거리로 통하고, 근처 예쁜 언니들의 호객 행위, 밤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술 취한 사람들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아침마다 조깅을 하면서 화가 나는 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을 누군가가 가로수 나무 따라 열심히 토 하고, 산책하는 강아지가 실례한 응가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매일을 그걸 보며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곰달래로가 너무 싫었다. 이사 가고 싶다고 볼멘소리도 많이 했다.

그렇게 곰달래로에서 첫 봄을 맞았고 나는 이 길에 벚꽃이 만발하는 걸 보고 경악했다. 가로수가 모두 벚꽃 나무였다니.
그렇게 많은 토사물과 강아지들의 응가를 참아내고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워내다니.
분명 예쁜 꽃에 눈이 호강하는데 즐거워해야 할지 미안해해야 할지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어떤 취객이 벚꽃 나무를 향해 발차기를 열 번쯤 하는 걸 본 적도 있다. 나무는 분명 죄가 없을 텐데.

아무튼 감사합니다. 강서구를 위해 일하시는 모든 분들. 여기다 벚꽃 나무를 심어주셔서. 우리 동네에 조금 더 애정을 가지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혼자만의 여행이 좋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