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삼촌

어느 날 내게도 조카가 생겼다

by 나무늘보

어느 날 내게도 조카가 생겼다. 그게 정말인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누나가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그랬다. 누나의 집에 놀러 갔던 날, 누나를 엄마라고 수없이 부를 첫 조카의 모습을 보니 왠지 꿈꾸는 것만 같았다. 손가락을 만져보는 것조차 조심스럽던 내게, 누나는 조카를 안아보라 했다. 누나가 알려준 대로 살포시 아 들고 조심스레 첫인사를 나누었다. 첫 만남의 순간은 어렴풋한 촉감으로 남았다. 낯선 사람이 안으면 운다는 누나의 말이 무색하게 조카는 초롱초롱한 눈만 껌뻑였다. 단번에 제 삼촌을 알아본 게 분명했다.


조카는 어느새 일곱 살이 되었다. 그 사이 둘째 조카는 다섯 살이 되었고, 올해 거짓말처럼 만우절에 세 번째 조카 태어났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조카의 성장세에 밀촌은 더 이상 키 클미가 보이지 않다. 심지어 제 어릴 적 기억 못 하고, 매번 볼 때마다 달라지는 조카의 모습에 바보처럼 신기해하는 삼촌이다. 삼촌도 촌이 처음인지라 쑥쑥 자라는 조카의 변화에 매번 당황한다. 심지어 지칠 줄 모르는 조카의 에너지에 금세 넉다운이 되고 만다. 그것은 이내 조카의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과 존경스러움으로 귀결된다.


큰조카는 제법 능숙해진 말솜씨로 나를 놀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엔가 조카가 게 하는 말이, "삼촌은 귀여워, 귀여운 삼촌이야."라고 하는데. 이제 날 놀리기까지 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천진하게 부르는 그 별명이 마음에 들었다.



# 귀여운 삼촌


한결같이 삼촌이 귀엽다고 말하는 여섯 살의 첫째 조카는 보자마자 와락 안긴다. 엄마 바라기 둘째 조카는 처음엔 손도 안 잡아주더니 집으로 돌아갈 때에야 "삼툰"이라며 다정하게 불러준다. 문득 여섯 살 난 조카가 고3이 되고 군대 갈 나이가 되어도 여섯 살 때 보았던 '귀여운 삼촌'을 그대로 기억해줄까 궁금해졌다.





# 성묘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 조카에게는 외증조할머니 외증조할아버지가 누우신 자리, 그 사이에 쭈그리고 앉은 조카 둘. 비석에 적힌 가족들의 이름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가던 또랑또랑한 목소리, 듬성듬성 자라난 잡초 중에 강아지풀 하나 꺾어서 조심히 흔들며 짓던 작은 미소, 가을 하늘 모두 다 푸르고 푸르다.




# 조카 선물이었는데


조카에게 선물하려고 샀던 동화책 <이구아나(요조 글, 토끼도둑 그림)>. 결국 전해주지 못한 그 책은 꽤 오랫동안 내 책장에 꽂혀 있었다. 문득 읽고 싶어 책을 꺼냈다. 가볍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다가 마지막 장을 쉬이 넘기지 못했다. 아, 이 묘한 위로와 뒤늦게 터지는 웃음.. 말없이 지긋이 바라보는 이구아나의 진중한 눈빛이 참말로 따뜻하다. 내가 느낀 여운을 조카도 공감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이구아나(요조 글, 토끼도둑 그림)> 중에서




"삼촌은 귀여워, 귀여운 삼촌이야."
라고 하는데.
이제 날 놀리기까지 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천진하게 부르는 그 별명이
마음에 들었다.





<조카와 나>, 첫 번째 이야기



글, 사진 / 나무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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