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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Aug 18. 2022

안녕 경주야

셀 수도 없을 만큼,


아이들과 함께 경주에 자주 간다. 역사 지리 사회  문외한이지만 그저 경주라는 도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특색이 명확하고, 어쩌다 보니  기회도 많았고, 사실 그냥, 자주, 시시때때로, 간다. 어느  커피 드라이브 쓰루 하러 나왔다가 아이들이 잠이 들면 겹벚꽃이나 보러 갈까? 하면서 경주 당일치기도 하러 가는 수준이다. (왕복 거의  시간 거리임에도!)  글은 '아이와 함께' 하는 나만의 여행법을 기준으로 경험적 경주에 국한하여 써보려 한다.


예전의 나는 MBTI에서 P로 나왔지만, 엄마가 되고 나서 다시 했더니 J로 바뀌었다. 본성은 계획적인 편이 아니나 상황이 계획적인 성향으로 본의 아니게 바뀌게 된 것 같다. J로 훈련된 P의 여행 방식은 대강 이러하다. (해외의 경우) 어디 갈까? 여기서 학회 한다는데 어때? 오 그래? 비행기 알아봐, (후다닥 최저가를 검색한다) 숙소 정해. 렌트하고! (끝. 여행 당일까지 다음은 없음) (국내의 경우) 어디 가볼까? 여기 어때? 그래 숙소 예약하자. (끝. 당일 상황 봐서 적당히 놀다 온다.) 그래서 써 보는 1편은 숙소 편.


1. 숙소

보문호를 둘러싸며 힐튼, 소노벨 경주, 라한셀렉트(구, 현대호텔)가 있고, 멀지 않은 북쪽에 한화리조트와 켄싱턴, 불국사 방향 남쪽에 블루원이 있다. 현시점 기준 여름에 아이와 함께 가는 경주라면 단연 수영장과 키즈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므로 두 개를 위주로 살펴보겠다.


경주 힐튼 수영장과 안녕 경주야 키즈 카페


개인적으로는 힐튼을 가장 자주 갔고 아이가 어리다면 제일 만만하다고 생각한다. 어린아이에게 딱 맞는 수준의 수영장이 있고, 수준별로 놀 수 있는 안녕 경주야 키즈 카페가 있다. 브릭 라이브 레고 방도 있고, 주변 먹거리 또한 많다. 주변 산책로가 잘 되어 있으며, 주요 관광지와도 멀지 않아 좋다.



라한셀렉트의 북카페 <경주 산책>과 수영장


다음으로 자주 간 곳은 현대 호텔인데, 현재는 라한셀렉트로 변경되었다. 안에 키즈 카페가 제법 크게 잘 되어 있고 수영장은 다소 평범하다. 주변 산책로가 아주 잘 되어 있고, 야외 정원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 놓았다. 이 역시 보문단지 및 주변 관광지 둘러보기에 좋은 위치이다. 경주 산책이라는 북카페가 있는데 지역 특화된 책 또는 특이하고 눈길 끄는 책들 위주로 진열되어 있어 좋았다.


숙소의 대략적인 위치. 주로 보문 근처로 많이 다녔다.


블루원이나 한화리조트, 소노벨 경주는 회원권이 있어야 하지만 없어도 갈 수는 있다. 블루원은 골프 치러 가거나 워터파크를 이용하기에 좋다. 한화에도 뽀로로 아쿠아빌리지가, 소노벨 경주에도 오션 플레이가 있어 어린아이와 함께 물놀이를 원 없이 즐길 수 있다. 경주에는 다양한 콘셉트의 숙소들이 많아, 목적에 맞게 골라 갈 수 있다. 이번 돌 싱글즈 3에 나왔듯, 연인들과 가기에도 좋고, 가족 단위로 가도 좋은 곳이다. 누구와 언제 가느냐에 따라 선택지가 많은 곳이 경주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 좋은 풀빌라나 키즈 펜션도 많아 인원 수와 목적에 맞는 숙소 선택을 하면 된다.


2. 야외 활동

첨성대, 동궁과 월지, 대릉원, 불국사, 보문단지, 황리단길, 경주월드까지는 대부분이 쉬이 아는 수준일 것이다. 우리 집 자매님들이 3번 이상씩은 다녀와본 곳들. 첨성대, 동궁과 월지, 대릉원, 황리단길, 교촌 한옥마을 등은 거의 밀집해 있기 때문에 오다가다 한 번씩은 들러보게 된다. 첨성대 부근과 동궁과 월지는 야경으로도 좋고 낮에 가도 좋다. 대릉원 근처 황리단길은 맛집과 사진관이나 체험 카페 등의 아기자기한 시설들로 유동 관광객이 갈 때마다 넘쳐나는 곳이다. 다들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쉬이 오다가다 들러 보게 되는 곳들. 보문호 주변 산책은 주로 숙소가 그 근처에 있어 자주 하는 편이며, 경주 월드 역시 어린아이들도 탈 것이 많이 있어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할 때가 있다. 약간 동떨어져 있는 불국사는 입장료 내고 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주변 자연환경이 좋아서 종종 돗자리 깔고 놀 수 있어 좋다. 겹벚꽃 명소이기도 하다.


1. 보문호의 일몰 (오리배는 힘들다) 2. 가을 첨성대 (핑크 뮬리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3. 대릉원과 우리집 꼬맹이 4. 불국사 여름 소풍 5. 경주 바다 주상절리



2018년 이후 야경 명소로 떠오른 월정교는 교동에 있는 통일 신라시대에 지어졌던 교량으로 조선시대에 유실된 것을 복원했다고 하는데, 야경이 멋진 곳이다. 아이들과 밤마실 가서 교촌 마을 약간 둘러보고 나오면서 불빛 나는 풍선 사고 음료수 사 먹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신라 대종 타종 체험을 신청하여 아이들과 해보는 것도 나름 멋진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라인이 되어 경주 시민들과 관광객에게 정시를 알려주는 기가 막힌 책임감을 느껴볼 수 있다. 먹이주기에 진심인 아이들을 위해 한우리 팜이라는 곳에 간 적이 있는데 먹이주기 체험 및 피자 만들기 체험 등을 해볼 수 있어 좋았다. 코로나가 성행하기 전에는 숙소 근처에서 열기구도 타고 그랬는데 최근에 가보니 자그마한 기구들만 운영하고 있어 아쉬웠다. 경주에는 각종 다양한 체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취향껏 골라 볼 수 있다.



1. 월정교의 야경 2. 신라 타종 체험 3. 농장 먹이주기 및 피자 체험



경주는 대릉원이나 절만 있는 줄 아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경주는 아주 큰 도시로, 대한민구의 시 중 면적이 2번째로 넓으며 시군구 기준 5위인 곳이다. 경상북도 중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이며, 동해와 접해 있어 바다가 있다!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문무대왕릉이 대표적이다. 바다뿐인가. 주상절리도 있다. 양남 주상절리를 첫째가 어릴 때 처음 접했는데 인근에 커피전문점이 거의 없어서 여기 커피숍 차리면 대박 나겠다, 돈만 있으면 땅 사고 싶다, 했는데 몇 년 뒤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아진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이 다 비슷하구나, 했던. 찾아보니 송대말 등대도 감은사지 3층 석탑을 형상화한 등대와 스노클링 명소로 유명해진 것 같은데 이곳은 아직 가보지 못했다. 다음 기회를 노려보려 한다.


3. 실내 활동

날이 덥거나 추울 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선택지로는 경주 어린이 박물관이 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할만한 체험이 많고, 경주의 역사나 역사적인 배경 등에 관해 소소히 알려준다. 아이 입장에서는 체험하며 놀거리가 있으니 좋고, 엄마 입장에서는 조금이나마 체험하며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으니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곳이랄까. 식물 구경하기 좋다는 동궁원이 있고 자매님들이 애정 하는 버드파크가 바로 옆에 있다. 새 먹이 주는 데에 진심인 자매님들이 진정 좋아했던 곳이었다. 주렁주렁 동물원도 있고, 최근에는 각종 실내 체험 명소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아이들과 최근에 화가배라는 그림 카페에 다녀왔는데 백드롭 기법으로 나름의 작품을 만들어 온 딸이었다.



1. 경주 버드파크 2. 미술 카페에서 그린 백드롭 기법의 첫째와 친구 작품



실상은 P이나, 훈련된 J의 여행법은 이러하다. 일단 지도 어플을 열어 본다. 예약된 숙소를 저장한다. 주변 관광지를 살펴본다. 살펴만 본다. 이후로 잊고 있다가 여행 날짜가 임박하면 폭풍 검색을 해본다. 여행지와 맛집 검색은 인스타가 직관적인 편이다. 광고 목적인 글을 걸러내야 하는 단점은 있다. 매의 눈으로 살핀다. 몇 군데 눈에 띄는 곳이 들어오면 장소를 지도에 검색 후 저장한다. 취향에 맞는 식당이 보이면 역시 지도에 저장한다. 계획하지 않는다. 그냥 저장만 해 둔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벌써?) 아이와의 여행은, 변수가 정말 많다. 내가 철저하게 계획한다고 해서 철저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계획대로 잘 되지도 않는다. 숙소 하나 정해 놓고 주변을 살펴 두고 대안지를 몇 군데 정해 놓으면 그걸로 끝. 야외와 실내로 나누어 보는 것이 그날의 날씨 상황에 대처하기 용이하다. 이동 중에 갑자기 배가 고프거나 하면 지도에 저장되어 있는 곳 중에 제일 근처로 간다. 상황은 유동적이다. 갑자기 아이가 칼국수를 먹겠다고 하면, 그 근처 칼국수집으로 검색해서 먹는다. 저장되어 있지 않던 곳이라도 무방하다. 이런 식의 여행을 못 견뎌하는 사람이라면 서로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다행히 우리 집 남편은 나와 성향이 잘 맞다.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숙소와 비행기 예약만 해 놓으면 모든 것이 오케이인 우리들이다. (그런데 왜 둘 다 J야?)


덕분에 셀 수 없이 자주 가게 된 경주에 대한 개인적인 소고*였다. 한참을 제목으로만 머물러 있던 글이다. 아이가 '여기 갔다, 이거 했다, 재밌었다, 또 가고 싶다.' 형식으로 일기를 다섯 편째 쓰고 있는 것처럼, 이 글도 도대체 뭐가 다른가 싶지만 대안은 없고 오늘은 목요일이니 일단 쓴 대로 올려본다.

*소고 : 체계를 세우지 아니한 단편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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