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로그림 노운 Sep 01. 2022

엄마, 오늘 이모 안 와?

매일 밤 아이는,


아이는 오늘도 묻는다.
"엄마, 오늘 이모 안 와?"



매일 , 자기 직전 잠자리  읽기를 마치고 나면 아이는 잠을 청한다. 씻고,  읽고, 이야기 조금 하다가 자는 수면 습관. 다섯 살인 둘째는 매일 자기  묻는다. 아직 오늘과 내일의 시간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터라 항상 같은 질문을 한다. "엄마, 오늘 이모  ?" "아니, 내일 이모 오는 날이야", 하면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고, ", 내일 이모  ~" 하면 예이~! 기뻐한다.


아이가 이모를 좋아하지 않느냐 하면,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이다. 엄마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이들은 이모가 혹여나 금세 갈 세라, 퇴근을 오히려 반기지 않을 때도 있다. 깔깔대며 뛰어다니고 잡고 도망가며, 혹은 두런두런 역할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모에게 항시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서운해지기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그토록 좋아하는 이모지만, 아이는 이모가 오는지 안 오는지를 매일 물으며, 이모가 오지 않는 주말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몇 밤 더 자면 이모 안 와?" "응, 세 밤 자야 돼." "오늘이 한 밤이야?" 요일을 알려 주고 토요일이 되려면 몇 밤 더 자야 하는 지를 설명한다. 아이에게, 이모가 오는 날 = 주중, 유치원 가야 하는 날. 이모가 오지 않는 날 = 쉬는 날, 엄마 아빠와 노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린 집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이모가 안 오는 주말이나, 연휴가 되면 집에 가만히 붙어 있지 않는다. 어떻게든 에너지를 발산하러 나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무런 계획 없던 주말에도 갑자기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일정으로 꽉 차 버리고 마는 것. 예약이 힘든 좋은 곳을 발견하면 그날로 예약 가능한 날짜를 찾아 다음을 예약하고, 그 외에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다닌다. 1박 2일이 무난하지만 충동적으로 당일로 어딘가 훌쩍 떠나기도 한다. 아이들 방학만큼은 몇 개월 전부터 장소 선정을 해두는 편이지만 대부분은 충동적으로 정해진다.


아이들과 하는 여행에서의 대원칙은 이렇다.

1. 관광지는 하루에 한두 군데만. 

여유 있게 다녀야 탈이 없다. 아이들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실내와 야외 하나씩 대안을 마련한다. 너무 실내만 있으면 에너지 발산이 안 되고 너무 야외만 있으면 지치기 십상이다.


2. 사람이 너무 많은 곳은 피한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아이들이 인파에 휩쓸려 힘들 수도 있으니 줄이 너무 긴 맛집이나 관광지는 피하는 편이 좋다. 다른 차선책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묘미는 느낄 수 있으니 큰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3. 휴게소에서 어느 정도의 지출은 각오한다. 

나 역시 휴게소와 편의점에 이렇게 많은 지출을 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하지만 긴 여행길 먹는 재미를 놓칠 수는 없으며 이동길부터가 즐거운 여행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징어 구슬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먹거리 제공에 아낌없이 지출을 하는 편이다. 입에 뭔가 자꾸 욱여넣어 조용하고도 편안한 이동길이 될 수 있도록 하자.


4. 여긴 꼭 가야 해. 여긴 꼭 먹어야 해. 등의 당위성을 버린다. 

경주 가서 첨성대 안 가봐도 된다. 제주 가서 중문 간 가봐도 된다. 그냥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고 다음을 기약하면 그만이다.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 기회도 생기기 마련이다. 때로는 차선책이 더 큰 감동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다녀 보고 쌓인 대한민국의 이곳저곳에 대한 8년 간의 추억을 모아 "엄마, 오늘 이모 안 와?" 브런치 북을 엮어 보았다. 주변에 워낙에 계획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많은 지라, 이 정도 여행기와 필력으로는 감히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인 것을 안다. 하지만 나의 소소하게 쌓인 경험이 '아이와 함께 하는' 국내 여행에 누군가에게는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소개랄 것도 없고 그저 경험담 약간 풀어낸 수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오, 여기도 가 볼까? 오, 애들이랑 이런 거 해도 괜찮겠네! 이거 좋은 아이디어, 괜찮은 팁인데?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누군가에게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하고, 누군가에게는 다음 여행지 선정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