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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Mar 02. 2023

인기의 권력

가식과 위선 속에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노력하여 쟁취하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그래서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하더라도 여기에선 남녀노소가 모두 착실한 나날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군중을 지켜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사람들과 살고 싶다. 그러면 순간의 시간을 향해 이렇게 말해도 좋으리라. "시간아, 머물러다오.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세상에 남겨 놓은 흔적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파우스트 中



화이트데이에는 인기가 보인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내게 선물이나 초콜릿을 주면 우쭐해졌다. 열여덟 어린 소녀의 허영심이란 인기와 직결되었다.


초콜릿을 받았다. 크고 예쁜 초콜릿이다. 다른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된다. 권력이 되고 허영심이 생긴다. 인기란 그런 것이다. 어린 시절 유치원에서 받아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의 크기에서 느끼는 그것이다. 비싸든지 말든지 그저 크면 장땡이다. 가장 큰 선물을 받은 아이는 자신의 선물이 제일 값지고 좋은 것 같아 유쾌해진다. 자랑을 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게 된다. 우쭐해진다. 실체는 중요하지 않다. 마치 그 커다란 선물이 나인 듯한 착각에 빠지고 내가 마치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듯 여긴다.


인기에는 권력이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몇 만인지, 얼마나 많은 인기가 있는지에 따라, 돈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인기가 많은 연예인을 모시려고 하고, 인기 작가의 책을 내려고 하니 결국 인기를 얻은 자가 권력을 가진 셈이다. 어린 시절 인기는 경제적인 이득으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무형의 것, 선망의 눈빛 그리고 각종 선물과 편지로 이어졌다. 따르는 이가 많아지고, 모이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은 결국 힘이 된다.




생일이나, 어떤 특정한 날, 대놓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날, 작년에는 이만큼 받았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면, 아주 쓸데없게도, 자괴감에 빠졌다. 마치 인기 많던 아이돌이 인기가 식었음을 체감하는 순간과 비슷할까. 그저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상황이 변했을 뿐인데, 왜인지 나의 잘못인 것만 같고, 내가 행동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인가 여겼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가만히 두지 못하고, 해석하려 하고, 문제가 아닌 일에 문제점을 찾으려 했다. 어리석기도 하지. 기뻐야 할 순간에, 기뻐하지 못하고 작년의 자신과 비교하여 불행에 빠지는 꼴이란. 열여덟의 세계는 좁다. 객관적인 눈으로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


한낱 지나가는 행인 1의 여고생의 마음도 이러할진대, 어린 시절 너무 많은 인기를 얻게 되는 아이돌이나 아역 배우들은 멘털 관리를 어떻게 해나갈까. 그 어떤 어른도, 인기에 대한 보이지 않는 힘이나 권력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물거품 같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며,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일일이 알려주지 못한다. 설사 말을 듣더라도 스스로 체득하기란 쉽지 않으며, 그것을 몸소 깨닫기 위해서는 실상 그 거품이 사라져 봐야 안다. 쉬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는지도 모르겠다.




남녀 간 인기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나를 좋아해 주어야 하고, 남들이 이야기하듯, 난 실제로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어야 했다. 그렇지 않은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에는 견디기 힘들었다.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다시금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가식적인 착함을 내보였고, 즐겁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척 위선을 떨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다수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는다는 것은, 그 시절 나에게는 꽤 중요한 덕목이었던 것 같다.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 속에서 괴로워하며 또다시 다수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고 애를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귀한 인간은 자신에게 외경심을 가지고 싶어 하는 반면에 허영심은 떨치고 싶어 한다. 허영심은 실속이 없이 겉모습만 반지르르하고 자기 분수에 넘치게 사는 사람이 가지는 마음이다. 허영심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자신이 훌륭한 인간이라는 평판을 들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스스로 만들어 낸 좋은 평판을 믿어 버린다. 고귀한 인간은 허영심에 가득 찬 인간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장재형, 마흔에 읽는 니체 中



https://youtu.be/oMqIne65uHs

Jim Brickman, Valentine 2000.7.28 미안해,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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