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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Mar 07. 2023

자유를 꿈꾸며

영화 밴디트를 추억하며


-대학만 가면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좋은 대학에 가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거야.


이런 식으로 아이를 어르고 달랜다면 

아이는 대학에 가서도 이어지는 취업난, 주택난, 각종 난에 시달리며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것만 하면', '이 시기만 지나면', 희망 고문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 내게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분명, 나는 뭔가 이 기숙학교를 떠나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좋은 대학에 가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수도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인생은 펼쳐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돌이켜 생각해 봤을 때, 나름 행복한 고교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웠고, 자괴감도 숱하게 따랐지만,

우정과 사랑, 여러 고민들로 많은 내적 성장을 이뤘고 한 단계 도약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좋은 대학'만이 그 시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조건이 있는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과정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인생 영화 중에 <밴디트>라는 영화가 있다. 고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한 반에 모여서 봤던 영화인데, 네 명의 여죄수의 자유와 생존을 그렸다. OST에 홀딱, 반해서 한동안 공부는 안 하고 계속 가사를 외웠던 기억이 난다. Puppet, another sad song, catch me 등 정말 수작이라고 생각했는데, 한동안 완전히 잊고 있었다.


Don't foget to catch me.


억눌림에 대한 폭발, 자유에의 추구, 통쾌한 비트의 음악, 다시 날아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영화를 보면 자유가 느껴진다. OST와 가사를 찾는데 당시 4시간을 투자하고, 그 자료가 아직까지 남아 있을 정도이니 내가 얼마나 그 영화를 애정했는지 알 수 있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악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음악의 힘이란, 참으로 대단하다. 잠시 잊고 있던 이 음악을 20년이 지나 새로이 들었는데도 그때의 감성과 느낌이 함께 떠오른다. 


음악가는 아니지만 음악을 좋아합니다. 하는 것보다는 듣는 걸 좋아하지요. 하지만 음악이라고 모두 좋다는 건 아니고 당신이 풍금으로 연주한 것처럼 어떤 절대적인 것이라고나 할까, 천국과 지옥을 뒤흔드는 것 같은 음악만 좋아합니다. 그런 음악은 무척 좋아합니다. 윤리나 도덕 같은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은 모두 도덕의 물이 들어 있습니다. 나는 물이 들지 않은 걸 찾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그 도덕이란 놈한테서 얼마나 시달림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혹시 아실지도 모르지만, 신인 동시에 악마, 신성과 악마성이 결합된 것과 같은 신이 틀림없이 있다는 겁니다.
- 데미안 中





졸업식 날, 

밝은 주황색 운동화에 촌스러운 빵모자를 쓰고 새초롬하게 졸업 사진을 찍었다.

많은 아이들이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기수는 입시만으로 봤을 때 실패한 기수였기에,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친구들, 

물수능에 평소의 실력만큼 발휘하지 못한 친구들, 

반수나 재수를 결정한 아이들, 

이전에 이미 자퇴나 전학을 결심했던 친구들,

여러모로 불만족스러운 결말을 맞이한 친구들, 

여러 친구들이 졸업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좋아하는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영화 속 교도소의 탈출 장면과도 같이 

자유를 만끽했다.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다.

다시 잡혀 들어갈지언정,

그들은,

우리들은,

자유를 꿈꾸고 

새 세상을 위해 도약했다. 





<Bandits> 1999.1.30 개봉

https://youtu.be/VLV5_mnHWps

Bandits, another sad song,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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