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로그림 노운 Mar 17. 2022

감사하는 마음

제가 더 감사하죠

어느 날 감사의 편지와 함께 소정의 상품권(촌지 아니고 병원에서 감사 편지 받는 사람에게 주는 커피 상품권)이 나에게 왔다. 고만고만하게 의사 생활하고 있던 나로서는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나에게는, 쉬이 포기하는 버릇이 있다. 여기서 더 어떻게 뭘 한단 말인가, 하며 현실적인 최선책을 택하고 다른 대안에 대해서는 오래 생각하지도 않고 선택지에 크게 후회하지도 않는다. 안 좋게 보면 빠른 포기이고, 좋게 보면 빠른 결단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 모든 환자를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희미한 가능성까지 다 기대하면서 죽자고 달려들면 나는 무너질 것이다. 모든 환자에게, 매사에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도 살아가야 한다.


나의 결단에 고마워해 주는 사람이 있어 고마웠다. 그 편지의 주인공은 매사에 긍정적이다. 외래 올 때마다 감사의 말을 전하고 긍정의 말을 비춘다. 너무 감사하다. 그런 사람들은 회복력도 빠르다. 이건 분명하다. 긍정적인 말과 행동은 분명,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같은 경과라 해도 같은 상황에서 언제나 위너는 긍정주의자였다. 마음이란,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언제나 나 역시 긍정의 힘으로 환자를 대하려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가 있는데 - 약을 먹어도 소용없다, 단 하나도 안 듣는다, 증상만 지리멸렬하게 줄줄 읊어대는 환자들- 그런 때에는 내가 도움을 주기도 어렵고, 빠른 속도로 에너지가 고갈된다.


의사도 가끔은 보호자에게서, 환자에게서 에너지를 얻어 간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들에게서,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의 말을 해주는 사람에게서 나 역시 에너지를 얻고 진료를 지속할 힘을 얻는 것이지. 물론 환자는 더욱이 그럴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내가 마음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도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환자들에게 (속으로) 말했다. "제가 더 감사하죠."

이전 08화 늙어간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