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에릭슨 이론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 이론은 8단계로 나뉜다. 여러 학자들이 역설하는 이론들은 주로 학령기 이전의 발달 과업에 치중해 있지만, 성인 이후의 사회 문화적 요소가 반영된 것이 에릭슨의 발달 이론이 아닌가 한다. 나의 발달 단계는 어디에 속해 있는지, 단계에 맞는 발달 과업은 무엇일지 살펴보면, 현재 내가 속해 있는 단계는 바로 7단계. 생산성 대 침체성 : middle-age adult이다.
성인 중기에 이르러 두 사람 간의 친밀감을 형성하게 되면 이제 그 관계는 두 사람을 넘어서도 적용되기 시작한다(Erikson, 1982). 즉, 다음 세대를 ‘생산’하고 가치를 전수하는 단계로 이행하게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생산성은 좁게 말해서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다. 하지만 넓은 의미의 생산성은 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를 전수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물건을 만든다든지, 지식을 전파하는 행위 역시 생산성 있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다음 세대를 생산하고 양육, 지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구를 희생할 필요도 동시에 대두된다. 부모는 자신의 만족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호의(care)를 통해 생산성을 발달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과도한 자기 몰두, 공허, 지루함 등의 자기 침체(stagnation)가 나타난다고 보았다. 물론 대부분의 성인들은 일시적인 자기 침체기를 겪지만 이러한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는지는 중년기의 위기 극복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
에릭슨의 7단계는 이제 발달이 개인의 차원을 뛰어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사회적 연속성의 메커니즘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함의한다(Miller, 2002).
좁은 의미에서의 생산성은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니, 두 명 낳아 기르고 있으니 잘 수행하였고. 아이를 키우면서 보이는 반응으로 나 자신을 다시 곱씹어보고 반성하고 또 내일의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 역시 함께 발달 과제를 수행해 가며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다음 세대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책임감과 모성애 등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발달 과업을 수행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그 단계에 맞는 발달 과업을 이뤄낼 수 있도록 내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어쩌면 아이들 역시 나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이 조금 크고 나니 나의 시간도 조금씩 생기면서 나만의 취미,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어떤 행위 - 예를 들면 그림을 그린다거나 글을 쓰는 것- 를 해 나가면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가치의 전파 및 새로운 능력치를 얻었다. 넓은 의미에서의 생산성에서도 이 정도면 합격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어릴 때에나 발달 과제 체크해가며 잘 크고 있나 확인했지, 나이 들어서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시기별로 겪고 배워야 하는 과업을 충실히 수행 중이라고 생각한다.
불혹의 나이가 되면, 나는 정말 누구나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정신 연령이 여전히 20대인 나는 여전히 철부지 아이 같지만, 그래도 나름의 수행 과제를 때에 맞게 하고 있었구나 대견하게 여기기로 했다.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으며, 그 시기에 적합한 발달 과제를 해가면서 함께 성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아이답게, 불혹은 불혹답게, '답게' 살아가는 데에 집착 아닌 집착을 하는 나는, 오늘도 나답게 살았는지 되새겨 본다. 보다 한 걸음 더 본연의 나로 살아가기 위해 좀 더 나 스스로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여러분은 어느 시기에 속해 있으며 어떤 발달 과업을 수행하고 있나요? 여러분의 성장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