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의 세계
"너야, 네 호르몬이야?”
어느덧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내려온 지 10년이 지나, 아이들이 불쑥불쑥 ‘이걸요? 내가요? 왜 해요?'에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ㅡ
갑자기 어느 순간 말꼬리를 잡으면서 지도에 응하지 않으려는 남학생을 만나거나 방학 이후 눈빛이 달라진 여학생과 상담하면서 서로 자기 말만 하는 순간을 발견한다면 묻고 싶어진다. 지금 너는 너 자신이냐, 아니면 호르몬이 너를 점령하고 있느냐고.
그 사춘기라는 것이 호르몬의 탓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내면세계의 공간화만으로도 너무나 참신했던 발상이ㅡ사춘기에 이르면 보다 다양한 감정이 생겨난다는 인사이드 아웃 2의 설정은 무릎을 ‘탁’ 치게 했다. 태초에 감정이 모두 발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시기를 만나 가지를 뻗듯 자라나는 것이라니.
그 시기는 각자가 다르다.
어른의 말이라고는 거스른 적이 없고 학교규칙도 잘 지키며 늘 모범생으로 남을 거 같았던 보미는 3학년에 이르러 자신의 내면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 같았다. 왜 이걸 따라야 해? 나만 할 필요가 있나? 급기야 보미는 학년 말에 일과 중 제출해야 하는 핸드폰을 내지 않았고 훈방 처방을 한 다음날 역시 내지 않았다. "누구는 계속 안 내는데, 나만 낼 필요가 있나요?”
서영이는 수업 시간에 항상 정자세로 경청하고 "다음에 수업 더 잘 들을게요. 죄송해요.”하면서 남의 눈치를 잘 보고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역력한 아이였다. 그런 서영이도 어느 순간 머릿속 퓨즈 하나가 딱 끊어지고 말았는지 매사에 전투적 자세를 취했다. "왜 저는 토론대회에서 2등을 했나요? 제가 1등 한 애보다 형식을 갖추고 다양한 예를 들었는데 왜 그런 결과인지 설명해 주세요.” 아이를 불러놓고 이런저런 평가 기준을 들며 설명을 해도 대화가 평행선을 그었다. 어떤 성과도 없이 서영이가 울면서 교무실을 뛰쳐나가면서 상황 종료.
사춘기에 직면하는 여러 아이와 함께 하다 보니 조심스럽게 발견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의 마음속 목소리에 빨리 귀를 기울인 친구들이 비교적 가볍고 신속하게 혼란의 늪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이러니까, 어른들이 해야 한다고 해서,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으니까ㅡ스스로 세운 가치가 판단 기준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 의해 이래저래 행동했던 친구들이 자신의 내면과 직면하면서 오는 대혼란기가 사춘기가 아닐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좋은 사람이야.”,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의 일방적인 신념이 아닌ㅡ그런 모순적 모습과 이율배반적인 상황과 엉망진창인 모습이라도 그 전부가 껴안아 나를 이룬다는 인사이드 아웃의 메시지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선생님으로서, 엄마로서 나는 그네들을 그 늪에서 빠져나오게 주력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헤쳐 나올 수 있도록 옆에 없는 듯이 지켜보면서 조력할 수는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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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아니라도 나의 마음도 돌보겠다고 다짐하면서.
나의 마음은 지금 어떤 녀석이 점령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