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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Jul 16. 2024

5년째 알람 없이 일어나는 법

아이를 키운다는 것


 5년째 알람 없이도 일어나는 비법은 아기를 키우는 것이다. 자매품으로 개나 고양이 등의 애완동물을 키우는 방법이 있지만, 아기를 키우는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 무언가 한 가지를 얻으려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 방법은 대부분의 사람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고 느낄만한 방법이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 방법을 쓴 지 어언 5년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깨달은 사실은, 이 방법이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는 사실이다.


 일단 아기가 어렸을 때는 아기 울음소리에 깬다. 일반적으로 아기들은 일찍 깬다.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가 아니라면 대부분 해가 뜨면 깬다. 대략 6시~7시쯤 될 것이다. 보통 어른이라면 알람 없이는 일어나기 힘든 시간이다. 아기들 중에는 깨자마자 우는 아기도 있고, 그냥 가만히 돌아다니면서 노는 애들도 있다. 전자는 첫째였고 후자는 둘째였다. 두 경우 모두 경험해 본 바 둘 다 안 일어날 수가 없다. 조용히 돌아다니면서 놀더라도 계속 툭툭 건드리고 또 좀만 배고프면 와서 밥 달라고 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어나자마자 무언가 아기의 욕구를 채워주는 행동이 잠을 잘 깨게 만들더라. 혼자 일어났을 때는 침대 밖으로 나가기 싫어서 밍기적 대고 있거나 밤새 온 메시지들, 알람들을 확인하느라 누워서 폰이나 보고 있었을 텐데 이젠 기상하자마자 일 시작이다. 물론 막간을 이용해서 꿈일기 서너 줄 적는 것은 잊지 않는다.

 그렇게 일어나자마자 빠릿빠릿하게 아기가 주는 미션을 수행하다 보면 아침이 아주 활기차진다. 물론 이것은 힘들다. 하지만 인턴시절의 아침 일과에 비해서는 덜 얼전트한 편이고 (자다가 뛰어가서 씨피알을 해보면 느낄 수 있다) 반복되는 아침 인턴 일과에 비해서는 더 직접적인 보람이 있었다(내 애가 잘 크고 있다)

 

 그리고 아이가 커서 말이 통할 때쯤 되면, 이제 요구 사항을 말로 하면서 깨운다. 아빠 밥 주세요(둘째), 아빠 일어나요 책 읽어주세요(첫째) 이렇게 말로 은근하게 깨우는 것이 중독성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예전 인턴 시절에 신경외과 및 성형외과 레지던트가 알람 소리에는 안 일어나고 꼭 인턴을 시켜 깨우는 것이 인계장에 있었는데, 왜 그러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피곤한 상태더라도 사람이 깨우면 일어나기 쉽더라. 그리고 갑작스레 알람음에 일어나는 것보다는 은근한 목소리에 서서히 일어나는 편이 깨어나는 입장에서도 기분도 좋았다.


 가끔은 오늘처럼 늦장 부리다가 아내의 채근소리에 깨기도 하지만, 어쨌건 알람 없이 5년째 한 번도 지각 없이 잘 출근 중이다. 아침 일터에 가기 전 아기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몇 년, 혹은 십몇 년 뒤면 없을 수도 있는 일상이라고 생각하니 더 소중하다. 그렇게 오늘 하루 힘들게 보일 수 있는 아침 루틴을 감사하게 보내고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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