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허씨는 이듬해 대기업 생산직에 입사했다. 1년 동안 부단히 준비했던 결과였다. 예전에 다니던 직장도 허씨의 합격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무엇보다 허씨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허씨는 더 이상 허울 좋은 명목에 집착하지 않았다. 허씨의 행복은 어디에서 나올까 생각했다. 허씨는 이전에 회사에 다닐 때가 좋았다. 버는 돈이 큰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뭔가 안정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주식해서 벌었을 때, 코인해서 벌었을 때도 좋았지만 그때처럼 차분하고 안정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안정적인 회사가 있는 것이 허씨는 좋았다.
그리고, 여가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가시간 동안 마음도 챙기고, 명상도 하고, 책을 읽는 것이 허씨는 좋았다. 마음이 편한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찾다 보니 생산직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 같았으면 무슨 생산직이냐고 외면했을 허씨지만, 이제는 달랐다. 쉬고 있던 허씨에게 어떤 직장이던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허씨의 타고난 성실성과 이전 학교를 다녔을 때 쌓아 놓았던 것은 드디어 인정받았다. 허씨는 이 직장에서 행복했다.
이 직장은 시간이 많았다. 허씨는 이전에 사무직일 때와 다르게 여가시간에 직장 생각을 안 해도 되는 점이 좋았다. 허씨는 그 시간에 주로 책을 읽었다. 주로 마음에 대한 책이었다. 톨레의 책과 멧 칸의 책이 좋았다. 명상이나 마음 챙김 관련 책도 많이 읽었다.
허씨는 명상도 계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의 표를 만들었다. 거기에는 정신과 선생님과의 상담 꿀팁이 한 몫 했다. 선생님은 허씨에게 만다라트를 알려주었다. 여러 방면에서 허씨는 자신의 꿈을 공고히 했다. 그리고 그것을 종이에 적어서 붙여 놓았다. 허씨의 배에는 더 이상 나침반이 고장 나 있지 않았다. 허씨는 그렇게 오늘도 나침반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