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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버엔딩 Jul 21. 2024

60이 넘으니 늙태가 든다

세월에 장사 없다

아버지를 닮아 얼굴이 동안(童顏)이었다. 중,고등학생 시절에 세 살 아래인 남동생 친구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누나 대접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동생이 누나라고 인사하라고 해 도 실실 웃으면서 여자친구로 확신하며 끝내 인사한 적이 없다. 다음날 학교에서 사과를 받아 낸 동생이 집에 와서 씩씩거리며 그 친구가 미안하다더라고 전한다. 


세 살 아래인 남편을 만나 연애할 때나 결혼한 후에도 남편보다 나이들어 보일까봐 걱정하거 나 신경 쓴 적이 없다. 우리 나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으므로. 50대 중반에 류마티스관절염이 급성으로 와서 스테로이드를 많이 먹었다. 그 덕에 통증은 많이 완화되었지 만 얼굴이 붓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때만 해도 나이듦을 의식하지 않았다. 평소에 나이를 자연스럽게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던 터라 젊어 보이려는 수술 같은 것에 관심 갖는 사람들 을 약간은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환갑 얼마 전부터 3년여 동안 친정엄마의 네 번의 수술로 간병을 하느라 몸과 마음이 힘들었 다. 새롭게 막 시작한 일도 포기해야 했기에 무기력감도 함께 찾아왔다. 몸이 힘들어 누워있 는 시간이 많다보니 마음도 가라앉고 활력도 잃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한동안 그 스트 레스를 과자로 풀었다. 체중도 함께 늘었다. 어느날 불현 듯 내 몸에 늙태가 든 것을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둘째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이젠 아빠보다 엄마가 더 늙어보이지? 솔직한 이 아이는 1 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이런 질문을 다 하다니, 괜히 물어봤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동안 동안(童顏)인 것을 믿으며 교만했던 과거의 나를 질책해 본다. 동안이 아니었다면 신경쓰며 살았을텐데. 동안이 축복이 아니었군. 


늙태는 몸 뿐 아니라 정신에도 든다. 한때 IT 전문가였고, 친구들 사이에선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이었건만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신기술을 따라 잡기가 버겁다. 햄버거 가게 에 들어가면 키오스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바로 직원들이 있는 창구로 직진한다. 직원의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라는 말에 아- 하면서 기계 앞으로 가지만 한참을 그 앞에서 서성거려야 그나마 주문을 할 수 있다. 아이들과 같이 있을 때는 아이들이 이런 엄마를 부끄러워하는 것 이 느껴진다. 나 이런 사람 아닌데, 하고 속으로 중얼거려 보지만 정신에도 늙태가 들어서 젊 은사람들처럼 빨리빨리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군 하는 생각에 씁쓸함이 아련히 올라온다. 


요즘 많은 식당이나 카페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를 활용한다. 키오스크 앞에 나 이든 사람이 끼어 있으면 지체되기 일쑤이고 일부 젊은 사람 중에는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지는 안 늙을 줄 아나? 가수 서유석의 ‘너 늙어봤니? 나 젊어봤단다’가 떠오르면서 한마디 해 주고 싶은 마음을 꾸욱 누른다. 


수명은 길어져서 노인은 점점 많아지는데, 세상은 점점 노인에게 불리하게 발전하고 있다. 사 람의 편의를 위해 기계를 발명하지만 그걸 누릴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격차는 점점 더 심해져서 사회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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