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이야기

: 사랑하는 나의 도시, 사랑받지 못한 나의 심장

by CP

이 이야기의 가장 큰 핵심은 가사 안에 담겨 있다. 나는 처음부터 이런 구조를 원했다. 글 속에서 랩을 하고, 가사 안에 담긴 말이 내용을 전달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만을 채워 넣어 가사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누군가 랩으로 짜인 가사를 비트 없이 읽어보았다면,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거다. 힘들다는 표현보다는 엄청난 완성도를 요구한다는 게 맞을지 모른다. 그냥저냥 쓰인 랩 가사를 읽을 때, 나는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하얀색 쿠페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똑같은 단어의 반복. 글에서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게 얼마나 치명적인 일인가. 하지만 비트 위에서는 다르다. 내겐 비트가 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아직 부족하다. 내 글이 완벽해질 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방식은 재미가 없고, 남들을 만족시키는 방식은 나를 지치게 한다. 지금까지 가사를 써 본 적이 있었는가? 전혀 없었다. 소설 속 케니처럼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다. 행동 없이 생각만으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와 케니는 부족하다. 노아와 샘은 계속 가사를 써왔다. 결국 모두의 가사는 나의 일이지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가사를 쓰고 지울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노아와 샘의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을 거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얼버무리는 것뿐이다. 힙합은 사랑이다라고 물음표를 그리고 답을 놓지 않고 떠났다. 에너지를 운운하며 보이지 않은 것을 보이지 않게 놔두었다. 그리고 케니는 부족함을 담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아직도 제 발이 저리다. 나를 표현하기가 두렵다. 말 한마디를 꺼내기 위해 수천번 고민하고 상상한다. 정말 아무 일도 아닌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는데. 나는 여전히 상상 속에서 살고 있다. 언젠가 나를 밖으로 꺼내 줄 귀인을 상상한다. 닥터 드레와 에미넴 같은 일이 내게도 벌어지길 상상한다. 남들이 들으면 그만큼의 재능도 실력도 없다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가끔씩은 따뜻한 한마디가 세상을 바꾸기도 하니까.

이런저런 생각의 끝에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처럼 현실은 나를 힘들게 한다. 일상생활의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내가 하는 일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더 아프게 느껴진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전혀 재미있지 않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스트레스받는 게 싫다. 이 작은 세상에서 먼지 같은 자신만의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혐오하기 시작한다. 회사가 뭐길래? 일이라 부르는 알 수 없는 행동이 뭐길래 우린 힘들어하면서 바꾸지 못하는가? 현실로 돌아오면 항상 이런 생각뿐이다. 내가 떠나지 못해서 아파하고, 떠나고 싶어서 발버둥 친다. 하루하루가 힘든 걸 알면서도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겪어보지 못한 돌아오는 말이 두려워서 표현하지 못한다. 당연히 모두가 힘들거라 생각한다. 당연히 모두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도 표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상상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다르길 바라면서 모두 나처럼 되길 원하고 있다. 모순덩어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속만 썩일 뿐이다.

어느샌가 내 글은 하소연이 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해 상상하고 원하는 걸 만들어 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바꾸고 싶은 게 내 눈앞에 있는데,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케니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속으로 썩이던 생각을 직접 내뱉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말해 본 적이 없어서 서툴지만, 진심이 담겨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중한 걸 알면서 기회를 날리고 있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 그렇지만 이 순간이 밉지는 않다. 오히려 행복하다. 쌓여왔던 감정이 밖으로 나가고 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품에 안고 세상을 향해 날아간다.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지만 지켜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평생 동안 찾지 못했던 행복을 여기서 찾았다. 이렇게 가까운 데서 찾았다. 가깝지만 한 번도 이곳을 보지 못했다. 내 눈은 멀리 보고 멀리 가길 바랐다. 이 도시에서 떠나면 행복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모든 게 의미 없는 시간이 되었지만,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행복하다. 이제 행복을 갈망하지도 않는다. 이 세상에는 행복이 없다는 걸 알았다. 찾을 필요도 없는 행복에 미련을 버리고, 내가 만들어내는 생각에 행복이 묻고 가사에 행복이 담긴다.

나도 케니도 완벽하지 않다. 남들에게 잘한다는 말 한 번 들어본 적이 없다. 서툴고 실수한다. 지금까지 무엇을 보고 달려왔길래 이렇게 두려움이 많아졌을까? 수많은 의심이 싹을 피운다. 내가 느낀 행복에 대해서 추궁하기 시작한다. 흑과 백의 영역에서 싸우기 시작한다. 옳은 것은 이쪽으로 틀린 것은 저쪽으로. 완벽하지 못해 항상 이런 실수를 하는 걸까? 완벽해지고 싶어 옳고 그름을 나누고, 정답만을 바라보고 달려간다. 하지만 그 길은 실수를 유발한다. 만약 내가 완벽했다면 실수조차 완벽의 한 조각으로 남았을 건데. 끝까지 완벽을 향해 달려가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틀린 것을 혐오하고, 실수에 위축되고,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옆에 있는 누군가의 말에 내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항상 숨을 곳을 찾고, 누구보다 먼저 도망간다. 옳고 그름을 구분하고 있으면서, 틀린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은 완벽하지 않아야 한다.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없다. 나는 여기서 행복을 느끼고 싶다. 남들에게 행복을 줄 수 없으니 나의 행복을 만들어 나간다. 케니가 내뱉은 첫 번째 가사가 무엇인가?


'사랑하는 나의 도시, 사랑받지 못한 나의 심장'


여기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내뱉고, 느껴지는 대로 느낄 뿐이다. 가장 솔직한 말을 내뱉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 즐거워서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거짓이 없는 순수함이 아름다워서 아무 생각이나 표현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바랐지만, 이제는 그냥 즐거움만 남았으면 한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게 재밌어서, 다른 일을 할 때 힘들어한다. 나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모든 걸 다 떠나서 이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나의 가장 아픈 부분을 꺼내야 하지만, 즐겁고 행복하고 치유할 수 있다. 사랑받지 못한 나의 심장이 언젠간 사랑받을 날이 오고, 사랑하는 나의 도시가 만들어지는 날이 올 것만 같다.


이 거리의 아이라면 누구나 래퍼의 꿈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달콤한 꿈인 줄 알았던 게 쓰디쓴 98% 짜리 카카오 초콜릿이라는 걸 맛봤을 때 나는 삼키지 못하고 뱉어버렸다. 지금까지도 내 입안에서는 쓴 맛이 잊히지 않았다. 나는 도저히 발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노아와 샘 그리고 나를 지켜보는 아저씨가 수백만의 청중이 된 것처럼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움직이지 않을 것만 같은 두 발은 살금살금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머릿속은 새하얗게 변하고 두 눈은 흐릿해졌다. 먹먹해지는 귓속으로 한줄기 빛이 비치는 것처럼 한마디 말소리가 내 몸속을 흔들었다. ‘케니’ 내 이름이었다. 모두가 나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던 내 몸뚱어리에 생명이 불어넣어 진 듯한 기분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느낌이 이런 거였구나. 나는 존재하고 있었다. 지금 이곳이 아무리 썩어빠진 곳이라도 나는 존재했다. 지금이야말로 마이크를 잡을 때다.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갈수록 정신은 또렷해지고 친구들의 환한 미소가 두 눈에 비쳤다. 나의 발걸음을 따라 마이크는 점점 커져갔고, 심장 소리는 고막을 때렸다. 이제 내 귀에는 심장소리만 울릴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이크를 쥔 손에서는 땀이 맺히고 그럴수록 나는 더 세게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 지금 내 머릿속에 울려 퍼진 단어로 랩을 시작했다.

“사랑하는 나의 도시, 사랑받지 못한 나의 심장

내 도시는 법과는 거리가 멀지 그렇다고 범죄가 난무하지는 않는 곳

다만 우리들 만의 규칙이 있을 뿐

우리들의 대통령 우리들의 왕이여

누가 왕관을 받을 것인가? 누가 가장 높은 교수대에 오를 것인가?

왕이 된 자는 내려올 자가 되는 것이 우리의 규칙 첫 번째

두 번째, 왕은 우리에게 총을 쥐어주고 마약을 나눠줘야 해

총이 없이는 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없고 마약이 없다면 이 거리를 살아갈 수 없어

어느 순간 총은 내 머리를 노리고 도시의 아침은 총성이 울려 퍼지는 소리뿐

붉은 거리 붉은 집 붉은 입술 붉은 심장


사랑하는 나의 도시 사랑하는 나의 거리

나는 거리에 키스를 하고 놈들은 내 심장을 노리네

왕은 이미 아침의 붉은빛에 타들어가고 사람들은 새로운 왕을 비추네

독이 든 성배를 피로 가득 채워, 약간의 알코올을 더 채워 들이키는 자는 새로운 왕이네

우리의 관심은 오로지 마약과 총성뿐

한 명의 미친 짓에 신경 쓰기에는 너무 미쳐버렸기에

아픈 머리를 감싸 쥐기에는 너무 취해버렸기에

반쯤 풀린 눈동자가 너의 반을 집어삼켜 영원한 고통을 선물해

죽기 살기의 선택에서 살기란 피가 묻어 있는 곳

죽기란 영원한 고통의 끝을 보여주는 곳

사랑하는 나의 도시를 붉게 물들이는 것은 오로지 나의 심장뿐

K.E.N.N.Y from C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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