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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연주리 Sep 05. 2019

기분이 꿀꿀할 때 포동포동 만지기만 해도 부드러운 살결

그런 너희가 있어서 좋다

기분이 꿀꿀할 때 포동포동 만지기만 해도 부드러운 살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회사를 계속 다닐지 그만다닐지를 고민하는 요즘. 마음과 머리가 매우 피곤하다. 고민하는 시기가 머리가 가장 피곤하고 에너지가 많이 쓰인다더니 정말 마라톤을 뛰고 온 것처럼 피곤하고 쉬고 싶은 데 막상 자려고 누으면 생각이 많아 잠이들지 않는다. 이렇게 극도의 피곤함과 밤잠을 설치기를 벌써 10일… 이런 나에게 에너지를 주려고 초콜릿도 먹고, 마카롱도 먹고, 괜히 안하던 윗몸일으키기도 해보고, 탄산수에 깔라만씨를 넣어서 먹어도 보고, 라볶이도 먹어보았지만 더 큰 피곤을 느낄 뿐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네가 덥다면서 바지를 훌러덩 벗었다. 아아아 너는 포동포동해서 옷을 입고 있어도 배가 볼록하니 참 예쁜데, 바지를 훌렁 벗으니 아직 무릎에 아기 자국이 남아있는 토실토실한 다리가 보인다. 정말 솜사탕과 구름, 마시멜로, 배게, 이불의 느낌을 모두 가지고 있는 너의 통통하면서도 아름다운 다리!!! 나는 본능적으로 가서 네 다리를 조물락 조물락.


 “챈~~ 많이 더워? 왜 옷을 홀라당 벗어버리는겨! 근데 왜 또 다리는 이렇게 사랑스러워~~~” 내가 예쁘다면서 계속 만지자 웃으면서 팬티바람으로 온 집안을 뛰어다닌다. 뛰니까 다리가 더욱 예쁘다.


 “챈~~~~~~~이리 좀 와바!” 그렇게 아이를 좇아갔고 한참을 놀다가 안방 이불 위에 나란히 누웠다. 아이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보고 장난도 치고 수다도 떤다. 볼을 만졌다가, 손을 만졌다가, 발을 만진다. 보들보들한 아이 발. 아이는 발바닥도 심지어 손바닥도 보드랍고 폭신폭신하다. 그리고 그렇게 폭신하고 따뜻한 아이를 만지고 있으면 마음속의 피로감이 신기하게 풀린다. 매운 라볶이로도 풀리지 않던 마음의 피곤 덩어리가 아이의 부드러운 살결을 만지면 녹는다.


 남편을 만지는 것은 아이를 만지는 것처럼 쉽고 간단하지가 않다. 괜히 만졌다가 더 깊은 걸 원한다고 착각을 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남편의 살결은 아이처럼 포실포실 보드럽지가 않아서 안정감을 주지 않는다. 지금도 회사에 대한 고민은 해결이 나지 않았지만, 적어도 너를 오늘 실컷 만져서 머리를 누르고 있는 피곤함은 사라졌다.


너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아니면 예민한 나는 스트레스를 풀지 못해서 머리가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좀전에도 잠든 너희를 이리저리 만지고 왔다. 비단보다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고, 엉덩이도 몇번 토닥이고, 반바지 아래로 나와있는 발도 좀 만지고, 가장 푹신한 볼도 부비부비 만지고 왔다. 그렇게 또 위로를 얻었다. 너희가 있어서, 보드라운 너희를 실컷 만질 수 있어서 오늘 하루도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구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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