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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연주리 Dec 05. 2019

매일매일 간절히 바라는 일

빨리 자라 잠들어라 너는 졸리다. 잠신님 우리 아이들을 잠으로 인도하소서

매일매일 무언가를 이토록 간절히 바라면서 빈 적이 내 인생에 있었던가? 수능을 앞둔 고3일 때에도 “수능 잘 보게 해 주세요 수능 잘 보게 해 주세요.” 라며 매일 기도하진 않았다. 수능 100일 전부터 그것도 매일 아니고 이따금씩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올 때에만 마음속으로 가끔 빌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밥 먹고 똥 싸는 게 당연한 것처럼 일어나서 공부하고 밥 먹고 공부를 했었지.      


요즘처럼 오 년 넘게 매일 같은 소원을 빈 적은 내 길다면 긴 인생에 한 번 도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태어나고 “빨리 잠들어라, 오래 자라”라는 기도는 단 한 번도 허투루 빈적이 없고 단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다. 밥 좋아하는 나에게도 끼니는 거르는 일은 1년에 한두 번 있지만, ‘아이들 잘 자게 해 달라는 기도’는 여태껏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이 기도는 소위 맘에 없는 발린 말의 기도가 아닌 실제 내 마음을 고스란히 몽땅 담아서 비는 기도이다.     


니네 자는 사진이 내폰에 하기득이다



유치원에서 하원 하여 아이들하고 있는데 아이들 눈에 졸린 기운이 없으면 나는 아이들을 졸리게 하기 위해 마법을 부린다. 일단 가장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목욕’이 필살기! 그냥 목욕하면 아이들은 재미없어서 금방 “나올라요”라고 할 테고 그렇게 짧게 목욕하면 별로 노곤함을 아이들이 못 느낄 테니 아이들의 목욕은 최대한 즐거워야 한다. 아이들은 반! 드! 시! 목욕을 하면서 격양되어야 한다! 모든 노래에 클라이맥스가 있는 것처럼 목욕의 리듬에도 높낮이가 있어야 하고, 최고 재미있는 경지의 놀이가 한두 개쯤 있어야 한다.     

노출이많아 해당사진을 싣지못해 아쉽습니다


그래서 목욕 초반에는 그냥 무미건조하게 옷을 벗고 따뜻한 욕조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물이 반쯤 욕조에 차며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는 목욕용 소금인 ‘베스 쏠트’를 가져다준다. 그럼 아이들은 여기저기 무지개 색을 물들이며 한참을 즐거워한다. 놀이가 좀 길어진다 싶으면 질리지 말라고 더 오래 하라고 인공지능 스키퍼 ‘크로버’를 모시고 가서 음악을 틀어준다. 그리고 재활용품 상자에서 갖가지 모양의 플라스틱, 스티로폼 케이스를 주면 목욕의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아이들은 신나게 웃으며 놀며 한 시간을 목욕을 할 수 있다.     



목욕을 한 시간이나 했는데도 너무 즐거웠던지라 오히려 아이가 UP이 되어서 나올 때가 있다. 그러면 몸을 좀 흔들어 주면 된다. 졸린 기운을 불러내야 하니까 일단 구석방으로 들어가서 불을 다 끄고 커튼을 닫는다. 그리고 불빛이 나오는 물체들을 모조리 꺼내 가져 와서 켜놓는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을 ‘크로버’에게 켜달라고 한 후 온몸을 흔들며 설사 나이트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도 살 빠지며 좋으니 고래고래 노래 부르면서 엉덩이를 흔들면 아이는 졸려지고 나는 살 빠지고 윈윈이다.       




목욕도 하고 춤도 열정적으로 췄는데도 졸려 보이지 않을 때에는 마지막 무기를 꺼낸다. 우리 아이들이 아기 때무터 아무리늦게자도 새벽에 기상해서 졸리다고 하면 동네언니들이 입을 모아 말한 해법이 있었다. “얘들 공부시켜. 효과 직방이야. 하하하”     



아이들은 일어나서 놀 생각하면 일찍 일어나게 되어있다고 소풍날 일찍 일어나는 것처럼.

그런데 공부를 시키면 꾸벅꾸벅 졸면서 자고 싶어 하고 특히 아침에 죽어도 안 일어난단다.     

우리 아기들에게 공부라면 독서 일려나 싶어서 책을 읽자고 가져오라고 하면 의욕에 넘쳐 낑낑  스무 권도 넘게 가져온다. 책도 첨에는  좀 재밌게 읽어야 나중에 재우려고 “책 읽자” 할 때 도 책을 냅다 꺼내올 테니 재밌게 최대한 재밌게 읽는다. 여우가 되었다가 호랑이가 되었다가 목소리만 그러면 재미없으니 옆에 널브러져 있던 옷가지를 양손에 쥐고 머리 갈기로 만들어 뒤집어쓰며 책을 읽다가 갑자기 일어나 호랑이 대사를 읽는다. “어흥~ 할멈 내가 잡아먹을 거야.” 아이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재밌어서 자지러지게 웃는다ㅋㅋㅋ‘그래 그렇게 웃어야 밤에 푹 자지ㅋㅋ니들은 곧 졸릴 거야.’ 그렇게 변신을 해가며 몸을 이리저리 던져가며 책을 읽다 보면 막 웃다가 지쳐버릴 거라 믿으며 오늘도 신나게 엄청 오버하며 책을 읽는다.     



오늘도 나의 간절한 소원은 이거 하나다.

니들이 일찍 잠자리에 가는 거

니들이 눕자마자 십 초도 안돼서 잠드는것

니들이 내일아침 늦게까지 늘어지게 자는것     

제발 간절히 오늘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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