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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운선 Jun 17. 2024

아이를 성장시키는 “좋은 질문과 대답”의 조건

어떻게 질문하고 대답을 할까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아빠에게 아이가 “맛있어? 하고 묻습니다.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요?

①응, 맛있어!

②아이스크림 줄까?

③우리○○이도 아이스크림 먹고 싶구나!     


만약 위와 같은 상황에서 부모가 ①번과 같이 대답한다면 아이는 다시 물어올 것입니다. “아빠, 진짜 맛있어?” 하고요. 어쩌면 자신의 욕구가 전달될 때까지 계속해서 질문을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②나 ③으로 대답할 경우 아이는 “응”이나 “아니, 난 그 아이스크림이 맛없었는데 아빠는 맛있어하는 거 같아서 신기해서 그래”처럼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대화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호기심과 언어 구사능력이 급격히 발달하는 유아기,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질문합니다. 때로는 부모의 질문에 엉뚱하고 기발한 대답을 하기도 하지요. 아이가 하는 질문과 대답 안에는 아이의 욕구와 심리 상태, 지적・정서적 성장이 모두 담기기 마련인데요. 이때 부모가 아이의 욕구와 상태를 읽어내어 감정에 공감하거나 생각을 확장해 주면 아이들의 정서 발달은 물론 인지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면 아이의 성장을 돕는 부모의 좋은 질문과 대답은 어떤 걸까요?    

 

부모표 좋은 질문의 조건 3     


첫째아이 중심의 질문을 하세요.

부모가 아이에게 질문하는 궁극적 목적은 “아이의 생각이나 느낌을 알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꺼내게 하는, 아이 중심의 질문을 해야 합니다. 가령 어린이집 점심시간을 소재로 질문을 한다면 “오늘 점심으로 먹은 것 중에 뭐가 제일 맛있었어?” “누구 옆에서 밥을 먹었어?” 등으로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라면 “어떤 장면이 제일 재미있었어?” “○○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처럼 할 수 있겠죠.     


둘째경험과 경험을 잇는 질문을 하세요.

아이가 특정 경험을 할 때 이전에 겪었던 다른 경험과 연결해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질문은 아이의 기억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사고 훈련과 확장을 도와줍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할머니 댁에 기차를 타고 가네. 지난번엔 뭘 타고 갔더라?” “여기는 초록색 사과가 있네. 지난번에 봤던 사과는 무슨 색이었지?” 등으로 질문할 수 있습니다.     


셋째단답형 대답보다 열린 대답을 이끄는 질문을 하세요.

“왜?” “어떻게?” 등의 의문사나 “만일 네가?”의 가정을 넣어하는 질문은 아이의 사고를 자극합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선생님 말 잘 들었어?”보다는 “오늘 어린이집에서는 어떤 놀이를 했어?” “그 놀이는 어떻게 하는 건지 엄마에게 가르쳐 줄래?”와 같은 질문이 더 좋은 질문이지요.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눌 때도 “이 책의 주인공이 누구지?” “놀부는 욕심쟁이지?”라는 질문보다는 “제비는 왜 박씨를 물어다 주었을까?” “네가 만약 도깨비라면 놀부에게 어떤 벌을 주겠니?” 등의 질문이 아이의 사고력을 발달시키는데 효과적입니다.    

 

덧붙여, “우리 ○○이는 착한 아이니까 동생에게 양보해야지?” “너 잘했어? 못했어?” 등은 질문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상 강요, 평가, 판단을 하는 말이므로 되도록 피해야 합니다.    

 

부모표 좋은 대답의 조건 3    

 

첫째아이 수준에 맞는 대답을 해주세요.

아이들은 “책 속에서처럼 내 침대도 날아가게 할 수 없어?” “비는 왜 물이야?”처럼 부모를 난처하게 하는 질문을 종종 하는데요. 이때 부모가 논리적으로 설명한다고 “책은 꾸며낸 이야기라서……” “물은 수소와 산소의 결합물로……”처럼 말한다면 좋은 대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유아기 아이들에게는 많은 경우 정답보다는 아이 눈높이에 맞는 대답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책에 나오는 침대는 마법에 걸려서 날 수 있는 거래" "하늘에서 땅이 더울까 봐 물을 뿌린대"와 같이 대답을 하는 게 좋은 것이지요. 대답하기 곤란하다면 질문을 되돌려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네 생각은 어떠니?”라고 묻는 것이죠. 이때 아이의 어떤 대답에도 성의껏 맞장구쳐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공감을 표현하는 대답을 해주세요.

아이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 주는 건 아이와의 대화에서 기본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아이의 상황을 해결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 말도 덧붙이면 좋습니다. 예시 질문을 하나 더 드려 보도록 할게요.   

  

만약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엄마, 파도가 날 쫓아와 잡아먹으려고 해. 무서워”라고 한다면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까요?     

①파도가 그럴 리가 있니?

②어머, 파도가 정말 무섭게 쫓아오는구나. 엄마도 무서워.

③무서웠구나! 근데 엄마와 같이 있으면 안전해. 파도는 널 잡아먹을 수 없어. 괜찮아.     


①번과 같이 대답할 경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공감받기보다는 놀림을 당한 느낌에 수치심이나 분노를 느낄 수 있습니다. ②번처럼 반응하는 것이 공감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아이는 엄마도 자신처럼 무서워하는 것을 보고 그 상황에 더 불안감을 느낄 수 있어요. ③번과 같이 반응해야 비로소 아이는 자신의 감정이 공감받는 경험과 파도가 밀려오는 것이 위험하지 않다는 안도감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셋째아이의 질문을 소중이 해주세요.

귀찮다는 이유로 대답을 소홀히 하거나 “또 엉뚱한 소리를 하는구나” “그것도 몰라?” 같은 반응을 보인다면 아이의 호기심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잃게 됩니다. 부모에게 터무니없는 질문이라고 아이에게는 진지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질문을 할 때야말로 아이를 이해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최적기임을 잊지 말고 아이를 격려해 주세요.     


좋은 질문과 대답의 힘을 느끼게 하는 그림책 3     


끊임없이 왜요?”라고 묻는 아이와 부에게 <왜냐면

<왜냐면…(안녕달 저|책읽는곰)> 중 한 장면

끊임없는 아이의 “왜요?”에 맞서는 엄마의 기상천외한 대답이 웃음을 자아내는 그림책입니다. 책 속 아이는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상상의 즐거움만 경험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까지 해소하게 되는데요. 궁금한 것 투성이인 아이들과 그 아이들과 함께 하느라 조금은 고단한 부모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듯한 그림책입니다.    


 행복한 질문으로 만드는 정답 <행복한 질문>

<행복한 질문(오나리 유코 저|북극곰)> 중 한 장면

책 속 아내는 남편에게 “내가 곰으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거야?” “아기로 변하면?” “신이 헤어지라고 하면?” 등 엉뚱한 질문을 계속합니다. 그때마다 남편은 당황하지도 머뭇거리지도 않고 “여전히 당신을 사랑할 것”이라고 대답하는데요. 남편의 사랑스러운 대답으로 인해 아내의 엉뚱한 질문 역시 “행복한 질문”으로 바뀝니다.     

부부뿐만 아니라 부모와 아이 사이의 대화에 담겨야 하는 것은 결국 “기-승-전-사랑”일 텐데요. 간혹 아이가 책 속 아내와 같은 질문을 하거나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는 질문을 한다면 아이가 느끼는 사랑이 조금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더 자주, 더 많이 사랑을 표현해 주세요.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선물하기 <세상의 발견>

<세상의 발견(조이스 진 저|문학과지성사)> 중 한 장면

책에 실린 80점의 그림에는 반짝이는 동심의 수난이 담겨있습니다. 친구와의 놀이, 나뭇잎 하나, 줄지어 가는 오리들의 모습은 매 순간 새롭지요. 천진함으로 세상을 만나는 아이들은 어린 탐험가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장난감이지요. 호기심으로 매 순간에 생생한 이야기와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어른의 역할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을 찾아나가도록 좀 더 안전하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질문이 계속된다는 건, 세상을 향한 아이의 탐험이 계속된다는 의미입니다. 아이의 탐험이 더 넓은 세상을 향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질문과 대답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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