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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운선 Jun 10. 2024

전쟁 그림책으로 평화감수성을 길러요!

전쟁과 평화를 이야기 나누어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6월 1일 의병의 날, 6월 6일 현충일, 6월 10일 민주항쟁과 만세운동, 6월 25일 6.25 전쟁, 6월 29일 제2 연평해전과 같은 역사적인 일들이 일어난 달이지요.


“전쟁”이라고 하면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고 무섭게 느껴지고 직접적으로 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에게 전쟁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3년 1개월 만인 1953년 7월 27일에 휴전협정을 맺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며 휴전국가입니다. “휴전”은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 전쟁을 잠시 멈춤을 의미합니다. “전쟁”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인 이유지요.


세계 곳곳에서는 정치나 종교 갈등, 국가의 이익 추구 등으로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쟁은 문제해결 방법으로 사용되지만, 폭력적인 상황은 많은 생명과 문화유산을 파괴하고 인권을 짓밟으며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킵니다. 전쟁 중인 나라뿐만 아니라 전 지구에 직・간접의 영향을 끼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할 텐데요.


전쟁 그림책은 전쟁의 비극과 폐해, 나아가 평화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며 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줍니다. 더불어 살기 위해 어떻게 관계 맺기를 하면 좋을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아이와 함께 전쟁을 다룬 그림책을 보며 역사적인 사실을 알려주고 평화를 위한 길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의 이야기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이억배 저|사계절)>의 한 장면

6·25 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5시경 북한군이 암호명 ‘폭풍 224’라는 사전 계획에 따라 북위 38도선 전역에 걸쳐 대한민국을 선전포고 없이 기습 남침하여 발발한 전쟁입니다. 우리나라는 3년간의 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생명을 잃은 후 1953년에 휴전을 표시하는 군사분계선이 그어졌는데요. 그 선을 기준으로 남북 2킬로미터씩 물러나 세워진 철책과 철책 사이의 공간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인 ‘비무장지대’입니다.


비무장지대는 ‘무장하지 않은 지역’이라는 뜻이지만 그 가장자리로는 남북 양쪽에서 백만 명이 넘는 군인들이 무장을 한 채 지키고 있습니다. 그곳에는 수달과 고라니, 멧돼지와 산양들이 뛰어다니고 연어 떼가 알을 낳습니다. 온갖 새들은 둥지를 틀고 자유로이 날아다닙니다. 그러나 일반인은 디딜 수 없는 땅입니다. 군인들만이 철 따라 행군을 하고 철책을 지킬 뿐입니다. 종종 관광객과 실향민이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으로 그곳을 바라볼 뿐이지요.


이억배 작가는 비무장지대의 계절별 동식물과 군인들의 모습, 고향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반복해서 병치시키며 통일에 대한 희망을 담았습니다. 비무장지대 동식물들의 자유로움과 군인들의 경계심과 할아버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대비하여 아직 끝나지 않는 한국전쟁을 되새기게 하는데요. 아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상황을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비무장 지대 근처의 전망대를 가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족과 자연의 평화를 지켜줘 <치로누푸 섬의 여우>

<치로누푸 섬의 여우(다카하시 히로유키 저|담푸스)> 의 한 장면

치로누푸 섬에서 여우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섬에 군인들이 오면서 여우 가족의 평화는 깨집니다. 군인들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 가족이 생기고 아기 여우를 위해 부모 여우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희생하는데요.


여우 가족의 이야기는 직접적으로 전쟁을 묘사한 장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잔혹함과 무고한 희생에 분노와 슬픔을 느끼게 합니다. 인간의 폭력에 맞서 사랑으로 가족을 지키려는 여우 가족의 모습은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작가는 태평양 전쟁 말기에 쿠릴 열도에 있는 작은 섬에 상륙했다가 군인들이 쳐 놓은 덫에 걸려 죽은 여우 모습을 보고 분노를 느낀 경험을 살려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색을 최소화하여 그린 그림은 여우 가족의 행복과 비극을 더욱 극대화시킵니다. 아름다운 섬과 단란했던 여우 가족의 행복이 파괴되는 과정은 동물과 인간, 생태와 환경을 대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태도를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전쟁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임을 깨닫게 합니다.   

  

고통과 절망을 견디게 하는 힘 <나의 개 보드리>

<나의 개 보드리(헤디 프리드 스 글|비르센 그림|우리학교)> 의 한 장면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 여자, 노인, 장애인, 그리고 돌봄의 손길을 잃은 동물들일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나치 수용소에서 자기의 개를 떠올리며 힘겹게 살아남은 아이가 어른이 되어 들려준 증언입니다. 히틀러 치하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저자는 1년여 동안 자신이 돌아올 것을 기다린 개 보드리를 만난 순간을 살려 이 책을 썼습니다. 잉크와 수채 물감이 어우러진 그림은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이 번지는 듯 담백하게 표현했습니다.  


주인공 헤디는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살던 집에서 쫓겨나 수용소에 들어갑니다. 가족과도 헤어지고 반려견, 친구와도 헤어지게 됩니다. 수용소에서 운이 좋게 살아남은 헤디는 우여곡절 끝에 반려견 보드리를 만나게 되는데요.


전쟁으로 인해 일상이 깨지고 아끼던 개와 헤어져야 하는 아이의 아픔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그러면서 전쟁이 평범한 일상을 파괴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놓음에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힘이 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쟁을 멈추는 방법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

<책으로 전쟁을 멈춘 남작(질 바움 글|티에리 드되 그림|북뱅크)>의 한 장면

전쟁이 나자 남작은 서재에서 책을 꺼내 비행기에 잔뜩 싣고는 포탄처럼 땅으로 쏟아붓습니다. 두껍고 무거운 백과사전 12권 전집 등을 적군을 향해 마구 쏘아 댑니다. 가장 좋아하는 <전쟁과 평화>를 떨어뜨렸을 때 적군 대장이 그만 책 읽기에 빠져들고 말았네요. 남작이 요리책, 철학책, 역사책 등을 떨어뜨렸을 땐 병사들까지 책을 읽느라 전투 의욕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천문학 책을 떨어뜨리면 병사들은 모두 별들만 올려다보았고, 시집을 떨어뜨리면 병사들은 하나같이 시인이 되었는데요. 과연 전투는 중단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책과 비행기를 갖고 있는 남작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기발한 방법으로 전쟁을 멈추게 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방법으로 전쟁을 멈추게 하고 싶은가요? 전쟁을 멈추게 하는 남작의 활약은 기발하고 뭉클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2014년 생텍쥐페리 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입니다.      


평화감수성은 개인이나 집단이 평화를 추구하고 유지하기 위해 갖는 성향이나 태도를 의미합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고 상호존중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것을 말하지요. 아이와 함께 전쟁의 폐해를 돌아보며 평화를 위한 노력을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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