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재미있게 읽는 4가지 방법
패러디란 잘 알려진 원작을 비틀어 풍자적으로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문학의 한 표현형식입니다. 단순히 다른 작품을 흉내 내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폭로하거나 차이가 있는 반복을 하며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거나 개작한 것이지요.
패러디 그림책은 기존에 익숙하게 알려진 동화나 옛이야기, 우화 등의 이야기를 수정하거나 개작한 그림책입니다. 원작을 다원적이고 상대적인 관점에서 파악하거나 과거에 강조되었던 성 관념이나 가치관 등을 깨트리고 풍자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지요.
패러디 그림책을 선택할 때는 독자의 연령이나 발달 수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이가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인지 따지고 주제의 적합성 등을 살펴야겠죠. 열린 결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교육적으로 가치가 있는 책을 선택하면 좋습니다.
패러디 그림책을 좀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네 가지를 유념하면 좋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지 살펴보고 패러디 그림책 세 권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원작과 연결하여 패러디를 발견하기
패러디 그림책 읽기의 재미 중 한 가지는 여러 가지의 텍스트가 연결이 되어 읽기의 즐거움을 확장시키는 데 있습니다. 독자는 원작과 패러디 작품을 오가며 즐거움을 느끼고 두 작품을 비교하며 의미를 재창조할 수 있습니다.
패러디를 발견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건 원작을 읽는 것입니다. 원작을 알아야지만 인물이나 사건, 관점 등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때론 원작을 모른 채 패러디 그림책을 읽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패러디 그림책을 먼저 즐기고 원작을 찾아 읽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기존 편견을 허물기
패러디 그림책의 큰 특징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믿었던 가치에 대해 다른 상황을 제시하여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관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패러디 작품은 원작의 내용을 바꾸기, 주인공을 달리하기, 사건이나 배경을 변환시키기, 서술 시점을 다르게 하기 등을 통해 다양한 가치를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성에 대한 고정관념 등을 전복하여 순종적인 공주가 아니라 능동적인 공주를 내세우기도 하고 성 역할의 구분을 없애기도 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비판적인 사고력과 다양한 관점의 열린 시각을 발달시킵니다.
셋째,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기
패러디 그림책은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합니다. 변형된 인물과 관점이 바뀐 사건을 통해 다른 목소리를 주목하게 하죠. 원작에서 비난받은 인물이 옹호되기도 하고 선과 악의 구별이 모호해지기도 하며 부정적 가치의 주인공이 긍정적 가치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독자들은 신선한 재미를 즐기게 됩니다. 패러디 특유의 유희적인 성격으로 이제껏 엄숙하게 존중되었던 것도 가지고 놀게 합니다. 이러한 점은 사회적 관습이나 편견을 비판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넷째, 결말을 창의적으로 바꾸기
패러디 그림책은 열린 결말을 선호합니다. 기존의 이야기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난다면 패러디 그림책은 독자가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즐기게 합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끌고 간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뒷이야기를 상상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기존의 이야기와 패러디 그림책의 내용을 비교해 보며 이야기를 꾸미거나 또 다른 패러디를 하는데 도움을 받습니다. 결말을 다르게 바꾸거나 이야기를 꾸미는 활동은 아이들의 언어와 표현력, 사고력 등을 발달시키며 창작능력을 기르게 합니다.
수용하는 삶의 가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귀가 당나귀처럼 큰 왕이 우물이나 대나무 숲에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들어 보았을 텐데요. 전해 오는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서 당나귀 귀가 아니라 말의 귀이기도 하고, 왕이 원한을 사서 귀가 길어지는 등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노인경 작가는 당나귀 귀를 가진 왕들이 자신의 귀에 대한 태도 차이로 인해 달라지는 삶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렸습니다.
이야기 속 왕은 당나귀 귀를 감추려고 큰 왕관을 쓰다가 왕관의 무게 때문에 고꾸라져 죽습니다. 자신의 귀를 부끄러워한 왕은 수치심 때문에 죽기도 합니다. 그러나 444대 왕은 다른 왕들과는 달랐는데요. 어떻게 달랐을까요?
이 그림책은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약점을 감추기보다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수용하고 긍정할 때 삶의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반복되는 패턴과 시각적인 리듬감이 느껴지는 그림과 팝업 북은 옛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느껴지게 하면서 옛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해학을 한껏 살리고 있습니다.
오리에게 보내는 응원 <미운 오리 새끼를 읽은 아기 오리 삼 남매>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 오리 새끼>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모습이 달라서 따돌림을 받던 오리가 자신이 백조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죠. 이 그림책은 <미운 오리 새끼>의 이야기를 모티프 삼아 새로운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오리 삼 남매는 미운 오리 새끼를 읽고는 자신들이 백조가 아닐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진짜 백조를 만났을 때, 물에 비친 모습을 보며 자신들은 백조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 사실이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한 사건을 겪으며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되는데요.
세상에는 화려한 백조보다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지켜내는 아기 오리들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런 오리들을 응원하는 그림책입니다. 곽민수 작가의 글에 조미자 작가가 부드러우면서 자유분방한 붓 터치로 아기 오리 삼 남매의 개성 강하면서 귀여운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냈습니다.
한 작품에 모인 아홉 이야기 <호랑이 생일날이렷다>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는 유난히 호랑이가 많이 등장합니다. 호랑이는 가장 무서운 짐승이면서도 때로는 익살스러운 동물로 옛 조상들과 함께해 왔는데요.
이 책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호랑이 형님> 등 호랑이가 등장하는 옛이야기 9편 속 호랑이가 모여 익살이 넘치고 해학적인 이야기로 재탄생했습니다. 한배에서 한날한시에 태어난 호랑이 형제들은 큰 형 호랑이의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는데요. 과연 모두 잔치에 올 수 있을까요?
강혜숙 작가는 한국적인 호랑이 모습에 화려한 색채로 강하고 거침 없으면서도 섬세한 호랑이를 형상화했습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호랑이 형제 사연의 원작인 옛이야기 아홉 편을 수록하여 작품의 이해를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