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독서를 하면 생기는 놀라운 일
“우리 아이는 같은 책만 읽으려고 하는데, 편독일까요?”
“다양한 책을 읽어주고 싶은데 아이는 같은 책만 읽어달라고 해요.”
서로 다른 강의장에서 유아 자녀를 둔 부모님께 받은 질문입니다. 제 딸도 좋아하는 그림책을 보고 또 봤었는데요. “그거 어제 읽었으니까 오늘은 다른 거 읽자”며 다른 책을 내밀어도 막무가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들이밀곤 했어요. 화면 가득 고양이 봄이의 변신을 담은 그림책은 유치원 시절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도록 보고 또 보았지요.
부모 입장에서는 같은 책을 반복적으로 읽어주는 게 고역이고 다른 책을 읽히고 싶은 마음에 “우리 아이가 문제가 있나?” “읽을 책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저 책만 보려할까” 하며 초조해할 수도 있는데요. 아이들은 도대체 왜 이럴까요?
첫째, 즐거움 때문이에요. 누구나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일은 반복하려고 하는데요. 아이들도 즐거움을 맛보고 싶어 좋았던 책을 또 선택하는 것이지요.
둘째, 탐구하고 상상하고 싶은 게 더 남아있기 때문이에요. 다섯 살 아이에게 5년은 평생이고 1분 1초의 순간은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에요. 하루 동안의 경험을 쌓고 다시 보는 책은 어제 읽었던 책과는 조금 다르게 이해됩니다.
셋째, 뇌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많지만 익숙한 것을 선택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보통 4살 전후의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호가 뚜렷해져요.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은 더 잘 이해가 되니 더 재미있는 거지요.
반복 독서를 하면 생기는 놀라운 일!
우선, 책에 대한 흥미가 높아져 독서 습관들이기에 좋아요. 스스로 선택한 책에 대한 독서는 독해력도 높여주지요. 아이는 글자를 몰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은 혼자 보며 이야기 세계로 빠지기도 해요.
둘째, 어휘력 발달에 좋아요. 3세 아동이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을 여러 번 읽는 것이 어휘력 향상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반복 독서를 하는 과정에서 익숙한 단어가 많아지기 때문이지요.
셋째, 그 책에 대한 지력이 뛰어나게 됩니다. 공룡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누구보다도 공룡에 대해 잘 알게 되지요. 한 종류의 책만 읽어 편독으로 볼 수도 있는데, 편독의 장점은 그 분야를 잘 알게 된다는 것이에요.
이러한 좋은 점을 알고 부모가 한 권의 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읽어주면 좋은데요. 그림책의 세 장면을 보며 읽어주는 방법을 살펴볼게요.
우선, 글을 읽어 줄 때 여러 방법을 써 보세요.
이 책은 낯선 곳에서 혼자 화장실 가기를 두려워하는 민재의 이야기예요. 2015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이윤우 작가는 민재의 두려움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극대화시켰는데요.
이 책에서 민재네 가족이 잠자는 장면을 읽어 줄 경우 부모가 글을 모두 읽어주어도 좋지만 “꾸르륵 꾸르륵, 뽕 뿡 뿌룽” 같은 의성어가 나오는 부분은 아이가 읽고 나머지는 부모가 읽는 방법도 있어요. 아이가 글자를 모른다면 방귀 소리나 코고는 소리 등을 꾸며서 읽어주게 하면 좋겠죠. 글자 그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고 그림만 보고 이야기 나누어도 좋아요.
둘째, 그림을 보고 대화를 나누세요.
이 책은 정원사이기도 한 작가가 상상으로 곤충 언어를 써서 서로 돕는 자연의 존재들과 순환을 그렸어요. 2017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으로 읽을 때마다 내용이 달라지기도 해요. 곤충의 언어는 “윙윗, 찌르릇, 호홋”처럼 표현되었지만 그 의미는 오로지 독자가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림을 자세히 보고 곤충의 입장에서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곤충 이름이 뭘까?”처럼 사실 내용을 확인하는 대화부터 “달달콤콤이는 무슨 뜻일까?” “개미가 뭐라고 할까?”처럼 상상을 펼치고 아이만의 곤충 언어를 만들게 할 수 있어요. 곤충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아이라면 “벌은 식물에게서 꿀과 꽃가루를 얻고 식물은 벌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씨앗을 퍼트린단다”처럼 정보를 주는 것도 좋답니다. 곤충을 몸으로 흉내내보는 것도 즐거운 책 읽기 방법이지요.
셋째, 아이의 생활과 연결하여 대화를 이끄세요.
이 책은 《헝거 게임》의 저자 수잔 콜린스의 첫 그림책으로 아이들의 게임 중독 문제를 다뤘습니다. 정전으로 게임을 할 수 없게 된 찰리의 좌충우돌 이야기로 찰리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유쾌하게 표현했는데요.
부모는 자녀에게 책의 주제 전달에 급급할 수 있지만, 유아는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보다는 부분에 흥미를 가질 수 있어요. 처음 읽을 때는 찰리가 게임하는 모습에 흥미를 느끼다가 다시 읽을 때는 동생과 노는 모습에 관심을 보일 수 있죠. 이때 아이의 흥미와 일상을 연결하여 대화로 이끌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찰리는 책읽기, 노래 부르기보다도 게임이 좋은 가봐. oo는 뭘 좋아해?” “oo도 찰리와 비슷한 경험이 있니? 언제 그랬어?” “찰리가 동생하고 마법사 놀이를 신나게 하네. 우리도 해볼까?”처럼 아이의 경험과 연결하여 대화를 이끌어 보세요.
몇 장면을 보며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한 번 읽어줄 때 욕심을 내어 많은 얘기를 하기 보다는 처음에는 내용을 감상하는 수준으로 읽다가 두 번, 세 번 읽어줄 때마다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더하면 좋습니다. 그때마다 이야기의 겹은 풍성해지고 매번 새로운 책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