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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Aug 13. 2016

아직은 포기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필라테스

삶에 필요한 누군가의 작은 손짓


살이 쪄서 슬프다고 몸매가 망가지고 있어 좌절감을 느낀다고 내 나름대로의 방식을 찾고 싶다고 말은 했지만, 아니 정확히 글은 썼지만, 나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나 먹고 싶은 게 잠은 늘 부족했으며 운동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런닝을 하겠다고 산 운동복은 택도 떼지 않은 채 한 쪽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이렇게나 의지가 없는 사람인가 자책도 해보다가 결국 '이마저도' 미룰 만큼 게으름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결 두 사람이 나서고서야 운동은 시작되었다.


장기간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단련해 온 처제의 건강미를 높이 평가한 남편은 비싼 개인레슨비를 선뜻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면서까지 그녀와 함께 운동할 것을 권했다. 수입이 뻔한 월급쟁이 부부라서 그 비용을 턱턱 줄 만큼 서로에게 비자금이 있을리 만무했기에 가상의 돈이지만 쓰라고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움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나와 운동을 함께 하고 싶어하던 동생은 형부의 결정이 있자마자 자신의 강사와 상의 끝에 기존 수강료에서 굉장히 높은 할인을 이끌어냈다. 게다가 뭐가 그리 신이난지 이사로 멀어진 회사로 나를 데리러 왔다가 다시 또 왔던 방향의 운동센터로 돌아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내 이동까지 책임져 주었다. 결국 시간과 경비, 교통편 이 모두를 두 사람의 합심으로 해결해 아무 생각도 준비도 없던 나는 동이란 걸 시작할 수 있었.


과연 돈이 투자되고서야 움직이는 몸이었다. 평상시에 자세를 바르게 해보자고, 어렵지 않은 동작들로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보자고 아무리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설득해도 움직여주지 않던 몸이였다. 사실 그동안 찐 살도 문제였지만 현재 나의 가장 큰 문제는 거북목과 구부정한 자세였다. 그 모습이 나를 더 예쁘지않고 나이들어 보이게 했고 심지어 잘못된 자세는 군데군데 살이 붙게하는 근원이 되고 있었다.


이번에 선택한 운동 '필라테스'다. 필라테스는 호흡이 반이어서 숨쉬기만  잘해도 진입에 어려움을 덜 수 있고 이마저도 안되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결혼 전 그리고 출산 전후 꾸준히 했던 요가덕에 살짝 다르긴하지만 입문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 전문가의 손길로 세팅된 동작과 유기적인 작은 움직임들은 스스로는 만들 수 없는 습관을 몸에 베이게 했다. 그리고 몸은 기억했다.

겨우 세 번의 운동으로 글을 시작하기엔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전처럼 살지 않겠다는 각오의 선을 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글을 마무리 못하는 사이 레슨은 다섯 번으로 늘어나 있었고 체중이 줄거나 몸매가 확연히 달라지진 않았지만 나는 조금씩 긴장을 늘리는 만큼 내 자신과 똑바로 마주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런데 이렇게 귀한 시간을 에도 운동 하나를 하는데 참으로 방해요소가 많다. 워킹맘이니 갑자기 회사에 남아야 할 때도 있고, 불시에 아이가 아프기도 하고, 어떨 땐 강사와 시간 조율이 안되기도 했다. 너무 의욕이 넘쳐 그 짧은 시간에 운동 몸살까지 나 잠시 몸져 눕기도 했다.


'혹사말고 꾸준히 합시다'  운동 끝날 때마다 일은 어떤지,  다음 날은 어떤지  컨디션  상태를 체크하던 동생 내가 수업을 취소할 정도로 무리를 하자 작은 조언을  않았다. 


고자 하는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는 나아가지 못할 때 누군가의 작은 손짓만으로도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의지가 조금 부족할 땐 아까운 돈이지만 투자해 보는 것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무더위에 습한 땀이 아닌 저 안쪽부터 시작되는 땀이 좋다. 노곤함을 불러오는 몸의 피곤함을 즐겨보련다.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드는 밤이다. 



관련글. 매거진 [Mommy Hear Me] 아이를 낳고 가장 중요했던 것  https://brunch.co.kr/@newdream0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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