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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May 24. 2024

너의 선택

아들 어떻게 생각해? (5)

한시에 급식 먹고 여덟 시까지 쫄쫄 굶으며 훈련한 아이가 먹고 싶다길래 옳지싶어 뼈해장국집으로 내달렸다.


아이는 내가 잠시 딴청을 하는 동안 식사도 나오기 전에 청양고추 하나를 다 먹고는 입안이 얼얼해 물을 마셔대고 있었다.


맛있게 먹으라고 간식도 안 먹이고 왔는데 순간 부아가 치밀었다.


엄마 : 아니 유호야 밥 맛있게 먹어야 하는데 물배 채우면 어떡해!! 엄마가 고추 안 먹는 게 좋겠다 했는데 (말도 안 듣고) 빈속에 속 다 상하겠네!!(부글부글)


거의 울상인 아이에게 더 미운 소리 안 하려고 입 꾹 닫고 밥을 먹는 동안 많은 생각이 오갔다. 저거 먹는다고 큰일도 아닌데.. 애가 더 힘들 텐데.. 그리곤 아이가 먹은 고추가 얼마나 매운 건지 하나 먹어보았다.


엄마 : 이게 처음은 괜찮은데 중간부터 맵네~ 너 너무 매웠겠다~ 그러니 담부터 먹어야겠어? 안 먹어야겠어?


아들 : 먹어야겠어 (씨-익) 맛있단말야!!


엄마 : 그래?(웃고 만다..) 그래.. 엄마말을 다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니.. 근데 엄만 도와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알아?


그래.. 고생도 니가 하는 거고 직접 겪어봐야 그런 경험 끝에 나중에 스스로 선택할 힘도 키워지는 거겠지. 식사 전 우려와는 달리 한 그릇 뚝딱 비운 아이를 보며 내 감정, 내 예상 시나리오에 취해 무턱대고 따따따- 해버린 나는 또 반성이다. 맛있단 아이 한마디에.. 도저히 미워지지가 않는 아이에게 또 속으로 사과한다. 엄마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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