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에 급식 먹고 여덟 시까지 쫄쫄 굶으며 훈련한 아이가 먹고 싶다길래 옳지싶어 뼈해장국집으로 내달렸다.
아이는 내가 잠시 딴청을 하는 동안 식사도 나오기 전에 청양고추 하나를 다 먹고는 입안이 얼얼해 물을 마셔대고 있었다.
맛있게 먹으라고 간식도 안 먹이고 왔는데 순간 부아가 치밀었다.
엄마 : 아니 유호야 밥 맛있게 먹어야 하는데 물배 채우면 어떡해!! 엄마가 고추 안 먹는 게 좋겠다 했는데 (말도 안 듣고) 빈속에 속 다 상하겠네!!(부글부글)
거의 울상인 아이에게 더 미운 소리 안 하려고 입 꾹 닫고 밥을 먹는 동안 많은 생각이 오갔다. 저거 먹는다고 큰일도 아닌데.. 애가 더 힘들 텐데.. 그리곤 아이가 먹은 고추가 얼마나 매운 건지 하나 먹어보았다.
엄마 : 이게 처음은 괜찮은데 중간부터 맵네~ 너 너무 매웠겠다~ 그러니 담부터 먹어야겠어? 안 먹어야겠어?
아들 : 먹어야겠어 (씨-익) 맛있단말야!!
엄마 : 그래?(웃고 만다..) 그래.. 엄마말을 다 들어야 하는 건 아니니.. 근데 엄만 도와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알아?
그래.. 고생도 니가 하는 거고 직접 겪어봐야 그런 경험 끝에 나중에 스스로 선택할 힘도 키워지는 거겠지. 식사 전 우려와는 달리 한 그릇 뚝딱 비운 아이를 보며 내 감정, 내 예상 시나리오에 취해 무턱대고 따따따- 해버린 나는 또 반성이다. 맛있단 아이 한마디에.. 도저히 미워지지가 않는 아이에게 또 속으로 사과한다. 엄마가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