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아내의 마라톤] 대회 중독

러닝보단 대회 신청을 좋아합니다

by 뉴잼 NEW JAM

아내의 브런치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여행과 러닝, 음악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내는 글을 쓰다 이런 깨달음에 이르렀다.

내가 좋아하는 것: 대회 등록하기
내가 싫어하는 것: 달리기


그러니까, 러닝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진실과 마주한 것이다.


실제로 아내는 마라톤 대회 신청을 좋아한다.

다음 달에도 풀코스(42.195km)가 예약되어 있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 풀코스 도전이다.


작년 가을, 아내는 처음으로 말했다.

“나 러닝을 한번 해보고 싶어.”

나는 반가웠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10km 대회에는 종종 나가곤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은 감히 도전하지 못했다.

무릎 통증이 찾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멈췄다.

그래서 아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겠다는 말에

괜히 내 안의 무언가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함께 연습했고,

작년 가을 아내는 처음으로 10km를 완주했다.

그 후 하프, 그리고 풀코스를 차례로 완주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늘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아내는 근육통과 두통으로 며칠 동안 고통을 호소하고,

나는 그런 아내를 보며 말한다.

“연습이 너무 부족한 상태로 대회에 나갔어.”


하지만 최근, 아내는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꽤 꾸준히 달리려 한다.

달리기 싫은 날에도 꼭 시간을 내어 산책이라도 한다.

‘대회도 좋지만, 건강하게 달려야 한다’라는

잔소리가 효과가 있는 걸까?


아내의 완주를 향한 끈기는 인정하지만,

마라톤은 끈기만으로는 완주할 수 없는 경기다.

30km를 넘어서면, 국가대표 선수도 고통과 싸운다.

연습과 노력이 부족하면, 더 큰 고통과 싸워야만 한다.


그런데 아내는 그 구간을

의지 하나로 버티며 완주해 왔다.

이제는 그 의지에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섣부른 이야기지만,

‘대회에 등록하기 위해 달리던 사람’이

‘달리기 위해 대회를 등록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곧 있을 또 한 번의 풀코스.

이번엔 진짜 건강하게 완주하기로 우리는 약속했다.


건강하게, 그리고 웃으며

마라톤 풀코스를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여보… 그래도 다음 대회 등록은

조금만 천천히 하자ㅎㅎ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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