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생활 한 달도 안 됐는데 코피라니
아침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거울을 봤더니 코피가 났다. 어렸을 적에는 코피가 정말 자주, 많이 나서 병원에 가서 코를 지지기도 하고, 초유도 먹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썼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무리했다' 싶을 즈음에 꼭 코피가 났다.
생각해 보면 항상 나를 채찍질하고, 몰아붙이는 통에 나중에 코피가 나거나 몸에 이상신호가 오고 나서야 '내가 무리했었구나' 알아차렸던 것 같다. 인정 받기 위해 일에 매달리다가 혼자 knock-out 되어서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퇴사를 하고, 건강 회복한다고 러닝하고 이사다 뭐다 이래저래 무리하다가 무릎을 다치고. 꼭 무리를 하다가 탈이 난다.
지난 한 달여 간도 그랬다. 똥손인데 이것저것 혼자 고치고 조립하느라 애쓰고(머리가 나빠서 꼭 일을 두번씩 했다), 독립을 했으니 집도 누구보다 깔끔하게 관리한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지내고, 1년을 넘게 쉬었으니 이제라도 '부지런하게, 나름대로 열심히 살자' 싶어서 무리하며 지냈던 것 같다 (윗집 층간소음으로 강제기상하고 수면 부족이 있었던 것도 한몫했지만). 내가 입에 붙이고 사는 말 "- 해야 하는데...". "일어나야 하는데", "공부해야 하는데",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데",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등을 쏟아 내면서. 근데 돌이켜 보니, 결국 전부 '욕심' 때문에 이런 말들을 입에 달고 살았나 싶다.
마침 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가 법륜 스님이 나오신 <유퀴즈> 프로그램을 봤다. 어떤 촬영 스태프분이 "일을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기대에 부응하려다가 너무 무리해서 단명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했더니 법륜 스님이 "네, 필연적으로 단명합니다."라고 하셨다. 응...? ㅎㅎㅎ 그렇게 무리하면서 살다가 일찍 죽을 수 있으니 "노 땡큐"해야 한다고 하셨다. 여러 고민들에 대한 조언도 해주셨는데, 결국 우리 삶에 꼭 해야 되는 것은 없단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그냥 살면 되는데, 이렇게 살아야 되고, 저렇게 되어야 하는 것들은 모두 결국에는 나의 욕심 때문이지 않나. 마음 편하게 '이러면 이러는가 보다. 저러면 저러는가 보다'하고 그냥 되는대로 살면 되는데.
일하고 노는 안식년(그것도 1년 지남)이라 코피를 보고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3주간 독립하고 '혼자 또 너무 무리했구나', '내가 또 욕심을 냈구나' 알아차리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 가는 2025년 1월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