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반장 새 앞세우고 철새 들다
여름이 무더위로 기승을 길게 부렸던 걸
양보로 시샘하고 있던 가을이
본인 정서 못 채우고 겨울을 앞당겨주며
한 심술 펴보라 한 것 같다
예전 연하장에서나 볼 듯한 백설기
떡 시루를 꼭대기마다 엎어놨다
무설기로 촉촉하게 머리에 인 나무들
존재하는 미명의 것들도 땀 훔치기
바빴었노라며
떡판을 내주고 고요로 쉼을 마저 내준다
한 해의 애씀에 노고를 격려하며
무지 더운 여름 잘 버팅겼기에 내리는
진상품이라 한 시 빨리 하사 하노라
겨울을 제철보다 빨리 내어줌에
미안함을 더불어 쏜다
소복소복 종일 내리는 눈에
일 년은 거룩함여서 고갤 숙이게 한다
* 공원을 달음박질해서 컷했는데 순간에 손이 시렵다. 작년 2월 23일 메모엔 몇 년 만에 오늘만큼 손가락 높이의 눈이 와서 나무마다 눈부신 화려함으로 덮어주니 인증샷과 감탄사들 터져 나왔다고 적혀있다. 그런데 오늘은 아주 고요하고 적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