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콩깍지 팥깍지
더위에 몸을 이기지 못하니 10시 반쯤 전철역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공원 옆길에 어린이집 차량이 문을 연다.
우리네 어릴 때 지겹게 하던 볼품없는 머리들을 하고 십여 명이 내린다.
두발부터 보게 됐다. 여자 아인 역시 그 옛적 상고머리였던 모습으로, 딱 보니 표시가 나는군. 주말에 물놀이하러 왔던 아이들. 그런데 이어서 또 한 대가 바로 붙네. 아니 불우한 아이들이 이렇게 많단 말이야! 놀라웠다. 다들 이런 머리 모습으로...
나도 하마터면 중학교에도 못 가고 만수동의 ‘오양 산업’이란 봉제공장에 취직할 뻔했잖아.
친할머니와 아버지가 국민학교 졸업시켰으면 취직을 시켜야지. 그러려고 키웠다고. 두 분이 밀어붙이시는 걸 엄마가 연안 부두로 생선 장사를 다니셔서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하마터면 우린 지금도 재봉틀을 밟고 있을지 모른다. 이 공장에 다녔던 내 또래 애들은 조숙하고 강한 면이 있으며 내겐 언니와도 같은 느낌이 났었다. 그들도 보고 싶다.
상고머리까지 어쩌면 나의 어린 모습이기도 하다. 난 여고 졸업 후부터 커트머리를 하지 않는다. 뒤통수도 납작하고 내 취향이 아니어서 긴 머리를 고집한다. 염색을 못할 정도로 흰머리 두발이어도 난 긴 머리를 묶거나 단발 커트로 해서 핀을 꼽을 것이야.
결혼 적령기가 왜 있는 거냐고. 생각이 넓어지고 사회생활로 돈을 모아서 가정의 책임과 소중함을 아는 나이라고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일러주신 말씀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피임법도 수업 시간에 교육해줬으면 좋겠다. 곁을 원하는 아이들이 무작정 그래프처럼 늘어나지 않도록. 이를 바라보는 주위의 안타까움도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게끔.
요즘은 살기가 많이 좋아져서 사회복지 혜택도 지원을 많이 받게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시설에서 너희를 케어해 주는 것이 잠자리와 먹을 것을 챙겨주고 놀잇감과 어울림으로 사회성을 키워주는 데 한계는 있지 않을까?
오늘도 난 안쓰러운 노랑 차 옆을 비껴왔다. 아이들아! 튼튼한 몸과 건강한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해! 칭찬도 많이 받고 자라거라!!
물놀이판에서 신나게 놀다
까까머리 상고머리
우린 가족이에요.
엄마 아빠가 저희를 잘 모르나 봐요.
저희도 낳아 주신 품을 잘 몰라요.
엊저녁도 아니 어제 아침밥 먹고도
여기 물놀이에 와서 첨벙첨벙
놀았는데 오늘도 이 시간엔 여기로
와야 해요.
와서 물놀이하는 게 더 좋아요.
우린 아직 놀 기운이 넘치지요.
물이 내리치는 파라솔 같은 지붕 위로
물이 계속 튕기는 미끄럼틀 위로
햇볕이 쨍쨍 껴들기 해요.
우리가 신나게 노는 걸 찍어가려고요.
있다가 밤 되면 달빛에 별빛에 쏴주려고요.
힘내! 기운내!
I see you (나는 당신을 봅니다.)